정부는 이달 말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은행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들의 투자자 보호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리스크가 큰 신규 업무는 금융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나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장외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개발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규제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리스크 작은 신규사업부터 인가

한국경제신문은 23일 금융투자협회 후원을 받아 협회 불스홀에서 자본시장법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효율적인 연착륙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의 바람직한 안착방안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정부 측 대표로 나선 홍영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투자자 보호제도가 일선 창구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미스터리 쇼핑'을 활용한 일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스터리 쇼핑제란 조사원이 손님으로 가장해 일선 영업 점포를 불시에 점검하는 제도다.

홍 정책관은 '자본시장법에 대한 기대와 운영 방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펀드 판매에 많은 불편이 있다는 판매사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가 자본시장의 저변을 두텁게 하는 것인 만큼 정부가 지금 수준에서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점검에서는 설명의무가 준수되고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라며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자율성은 확대하되 투자자 보호 장치는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정책관은 또 "외부 상황이 좋지 않은 데도 자본시장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신규 사업을 인가해주는 것은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며 "기존 업무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부문,시장리스크가 적은 분야부터 우선 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외 파생상품 취급업무나 투자매매 중개업과 집합투자업 겸업 등은 당분간 사업 인가를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혁신 지속돼야 자본시장 발전

업계 대표로 나선 정유신 스탠다드차타드증권 사장은 '글로벌 IB(투자은행) 육성을 통한 자본시장법 안착의 지름길 모색'이란 주제 발표에서 "대형 선도업체가 등장해 고객에 대한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경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현 수익모델로는 금융위기가 아니더라도 글로벌 IB로 성장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증권업과 자산운용업 겸영,파생상품 매매 등에 제한된 업무에 대해 조속히 인가기준을 마련하고 업계 구조조정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투자회사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위험 관리를 기본으로 하는 파생상품의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근거한 규제와 감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 사장은 이와 함께 "회사채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채권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거래규범을 국제 표준에 맞게 개선하는 등 국제화를 적극 추진해야 외환시장도 한층 안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정책제도실장은 '금융선진국의 자본시장법과 국내 도입 이후 금융산업의 주요 현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녹색금융 헤지펀드 신종ETF(상장지수펀드) 등 신상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헤지펀드의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올 하반기부터 도입될 예정"이라며 "본격 시행에 앞서 헤지펀드의 차입규모 모니터링,불건전판매 차단 방안,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 강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파생상품을 편입하는 다양한 ETF가 허용되면 투자자의 위험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거래소의 실질심사 강화,편입파생상품의 비중 제한,거래상대방 신용도 규제 등의 규제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자본시장법은 그동안 과도했던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완화하고 엄격한 투자자 보호제도를 강화한 것"이라며 "따라서 현 상태에서 규제가 더 강화되면 자본시장의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엔 제갈걸 HMC투자증권 사장,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이기훈 삼성증권 전략기획팀장(상무)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태완/문혜정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