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ㆍ안정성 겸비 때문…미운오리서 백조로 변신

고금리 금융상품에 목이 마른 투자자들이 회사채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경기침체로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대기업들이 금리 수준이 은행예금의 배에 가까운 고금리 회사채를 발행하자 장기 침체 증시에 지친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며 회사채 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확연히 달라진 모습은 증권사 영업지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객들의 회사채 관련 문의 전화가 잇따르면서 판매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올해 들어 지점을 통해 판매된 회사채 판매액이 1조4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0%가량 늘어나는 폭발적인 신장세를 기록했다.

투자등급이 `A'인 우량기업이면서도 금리가 8%대에 달하는 기아자동차, 두산중공업 등의 회사채가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의 노평식 팀장은 "지난해까지 회사채 투자는 억대로 사들이는 `큰손'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수백만원이나 수천만원씩 투자하는 개인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소액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강화한 결과 지난해 월평균 1천억원에 머물렀던 회사채 판매액이 올해 들어서는 월 2천5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채권을 매수한 고객이 되팔고 싶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마켓 메이킹' 전략을 통해 투자자들을 대거 유치했다.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는 상품이라는 투자자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고 환금성을 보장해 준 점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정범식 리테일채권파트장은 "올해 들어 전체 채권 판매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50% 수준으로 늘어 1990년대 장기침체 당시 채권 투자가 대중화된 일본의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체 9천억원의 회사채를 팔았던 우리투자증권도 올해 들어 판매가 급격히 늘어 해가 바뀐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6천억원에 육박하는 회사채 판매 실적을 올렸다.

굿모닝신한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들의 올해 회사채 판매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300%씩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투자자들의 무관심으로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던 회사채시장이 백조로 변신해 대호황을 누리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지성구 채권상품팀장은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내려온 상황에서 회사채 금리가 6~8%대에 달하는데다 주식보다는 안정적인 상품이라는 인식도 회사채의 매력을 높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