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아시아 남미 동유럽 등 신흥국(이머징마켓)의 고속성장을 뒷받침해온 3대 자금줄이 흔들리고 있다. 신용경색 여파로 민간 금융회사의 신용공여가 급감하고,해외로부터의 직접투자(FDI)도 위축되고 있다. 선진국에 나가 있는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도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외국 민간자금 유입 급감

국제금융연합회(IIF)에 따르면 올해 이머징마켓으로 순유입되는 민간자금은 1653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추정치)의 4658억달러와 비교하면 65%,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의 9286억달러에 비하면 82%가 줄어든 것이다.

위기의 신흥시장 '돈줄' 말라간다
특히 금융회사들의 대출과 지급보증 등을 포함하는 민간 신용공여가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은행들이 만기 도래 대출의 상환을 압박하고 있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신용공여는 2007년 6324억달러에서 지난해 2917억달러로 54%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295억달러 규모의 순상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머징마켓 증시에 드나드는 포트폴리오 자금은 893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한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도 순유출 추세가 이어져 27억달러가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펀드리서치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EPRF)에 따르면 지난 1월만 해도 신흥시장 펀드에 15억5300만달러가 순유입됐지만 2월에는 8억2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신흥국 FDI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IIF는 올해 외국인의 신흥국 FDI가 1975억달러로 지난해보다 25%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가 줄면서 신흥국에 대한 FDI가 31% 급감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FDI 감소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 1월 외국인들의 FDI가 전년 동기 대비 32.6%나 급감하며 4개월 연속 위축됐다. 올초 미국 모토로라가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직원 4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중국 내 해외 기업들의 사업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외국인투자국(FIA)은 올해 FDI가 지난해(640억달러)의 3분의 1 인 2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정보회사인 RGE모니터의 타티아나 다이디어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위기 등 과거 금융위기 때는 선진국 기업들이 신흥국 기업 사냥에 나서면서 FDI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잠재적 매수 기업까지 신용경색에 시달리고 있어 FDI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의 또 다른 돈줄인 재외동포들의 본국 송금액도 줄어들고 있다. 세계은행은 해외 이민자들의 송금액이 올해 최대 5.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글로벌 해외 송금 규모는 2830억달러로 인도(300억달러) 중국(270억달러) 멕시코(238억)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IMF 등 국제기구도 대출 재원 부족

신흥국의 민간 돈줄이 말라가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이들이 '최후의 보루'로 기댈 수 있는 국제금융기구들의 재원도 그리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세계은행 산하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신흥국에 대한 대출을 연간 350억달러로 기존보다 2~3배 늘릴 수 있다고 밝혔지만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신흥국의 자금난을 잠재우긴 역부족이다. 또 현재 IMF의 가용 재원은 2500억달러 수준이지만 IMF에 손을 벌리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어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