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와 소니가 실적전망을 적자로 하향조정한 데 이어 히타치, NEC, 후지쓰 등 일본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이 잇따라 적자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 후지산케이비즈니스지는 최근 "수출 중심의 IT 대기업의 결산은 괴멸 상태"라며 "생존을 건 업계 재편이 가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히타치는 지난달 30일 올해 3월로 끝나는 2008 회계년도의 실적전망을 사상 최악인 7000억엔 순손실로 하향조정했다.

매출 전망치는 11조엔에서 10조200억엔, 영업이익은 4100억엔에서 400억엔으로 90% 하향조정됐다. 자동차와 디지털 가전, 반도체, 건설기계 등 폭넓은 분야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후루카와 카즈오 히타치 사장은 실적전망과 함께 공장 통폐합이나 인원 재배치, 정사원 감원 등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같은 날 NEC 역시 2008 회계년도의 실적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10억엔 흑자에서 2900억엔 적자로 하향조정했다.

반도체나 전자 부품을 포함한 부품 사업의 적자가 확대됐고, 휴대폰과 PC에서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NEC는 실적이 부진한 전자 부품 자회사 NEC도킹에 대한 9500명 정사원 감원을 포함해 2010년 3월말까지 2만명 이상을 감원할 방침이다. 반도체 사업에서는 자회사인 NEC엘렉트로닉스가 2년간 800억엔의 고정비를 줄이고 생산 라인도 줄일 계획이다.

후지쓰도 2008 회계년도 순이익을 600억엔 흑자에서 200억엔의 적자로 수정했다.

반도체나 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구조개혁 등에 250억엔의 특별손실금이 충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이익은 1000억엔 감소한 500억엔의 흑자로 예상됐다.

후지산케이비즈니스지는 "대기업 재편안의 핵심은 실적악화의 원흉이 된 반도체 사업"이라며 "한때 반도체가 전 그룹 이익의 반 이상을 벌어들였던 시기도 있었지만 세계 동시 불황의 직격을 받고 단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거액의 연구개발, 설비투자도 무거운 짐"이라며 "반도체 업체들은 통합으로 규모를 확대해 살아남는 시나리오를 강요받게 됐다"고 말했다.

우선 도시바와 NEC일렉트로닉과의 반도체 사업 통합이 교섭중이다.

도시바와 NEC 일렉트로닉은 2005년부터 미세가공 기술의 공동 개발을 제휴하고, 공동 생산까지 검토해 왔기 때문에 통합도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는 통합을 위해 반도체 사업의 일부를 분사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후지산케이비즈니스지는 "후지쯔 역시 지난해 3월 시스템 LSI 사업을 분사해 후지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설립한 상태"라며 "도시바-NEC일렉트로닉의 연합이 탄생하면 여기 합류해 생존을 위한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