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끝내 무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이번 대우조선 매각의 실패 이유로 △한화의 자금조달 계획 차질 △실사 무산 △한화와 산업은행의 소모적 공방 △자회사 부실 문제 △불확실한 조선업황 등을 들고 있다.

◆어그러진 자금조달
실제로 한화는 지난해 말 은행들이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당초 예정했던 만큼의 대출에 난색을 표하면서 자금 조달 작업이 어그러졌다.

한화는 당초 인수자금으로 8조~8조5000억원대의 조달계획을 세웠다. 전체 인수자금 중 은행 차입금이 20~30%,재무투자(FI) 25%,내부 조달이 50~60%였다.

하지만 외환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 대출의사를 밝혀온 금융권이 신용경색을 이유로 자금지원 규모를 당초 예정보다 줄인다는 방침을 한화에 통보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또 마지막까지 기대했던 중동 자금 유치도 허사가 됐다.

결국 한화는 산은 측에 분할매입과 인수대금 잔급 납기일 연장 등의 요구안을 들고 나왔으나,산은의 반응은 싸늘했다.

◆실사 무산
한화는 지난해 말부터 그동안 대우조선 노조의 실력행사로 잠재부실 파악 등을 위한 실사조차 나서지 못했다. 당초 한화는 옥포조선소를 포함한 회사 전체에 대한 실사를 마친 뒤 가격조정을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었다.

한화는 나중에 대우조선 매각에서 본계약 체결 후 가격조정을 위해 실사를 하는 ‘선(先)본계약 후(後)실사’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대우조선 노조는 산은을 내세워 한화에 요구사항에 대한 교섭을 요구하면서 대답없는 공방만 주고받았다.

한화와 산은 모두 대우조선 노조와의 불협화음을 해소하지 못하고 실사 돌입에 실패한 것이다.

◆한화·산은 “네 탓” 공방
한화와 산은 측이 최근 한 달 동안 벌인 줄다리기도 소모적인 협상이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한화는 최근까지도 분할매입이나 대금 납입 연장 등을 요구해 왔다.

또 불투명한 조선경기와 대우조선의 내부 잠재부실 등을 들어 3%에 불과한 가격조정 폭을 대폭 높이는 방안도 요청했다.

한화 내부에서는 ‘산업은행 역할론’까지 제기하며 국책은행인 산은이 새로운 투자자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산은은 자산 매입 등의 양보안을 제시하면서도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인수조건을 바꿔줄 수 없다며 완강한 거부 의사를 거듭 표명했다. 산은이 향후 한화에 대한 특혜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시화된 자회사 부실
대우조선의 자회사 부실 논란도 한 몫했다. 대우조선이 1997년 인수한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는 2004년 반짝 흑자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2년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냈으며 이미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대우조선은 이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총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회사의 잠재 부실이 모기업인 대우조선의 자금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망갈리아조선소에 1500억원의 자금을 긴급 지원했다. 현지 임직원의 체불임금 지급과 시설투자 자금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내년에는 3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망갈리아조선소가 선박 건조 기한을 지키지 못해 발주처에 물어야 하는 선박인도 지체 위약금 규모가 대폭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 입장에선 무리한 인수 대금에다 자회사 부실까지 떠안아야 하는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불확실한 조선업황
악화된 조선업황도 이유 중에 하나다. 대우조선을 포함한 국내 빅3 조선업체는 최소한 3년치 일감은 충분히 확보해둔 상태다.

하지만 조선업황에 선행하는 해운업 관련 지수가 급락하고 선가마저 하향세를 거듭했다. 조선업황이 당분간 호전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로 자리잡게 됐다.

조선사들이 당장 기업을 이어가는데 큰 지장은 없으나,한화가 대우조선을 무리해서라도 인수 한다해도 향후 예상했던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란 얘기다. 결국 한화는 굳이 계열사를 매각하고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우조선을 인수할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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