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37% 1년5개월만에 최저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기업어음(CP) 등 채권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다소 풀리는 양상이다. 13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만기 3개월짜리 CP 금리는 이날 연 5.37%로 전날보다 0.2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7년 8월20일(5.38%) 이후 1년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연 6.2~6.3% 선이던 CP 금리는 지난 9일 6% 아래로 떨어진 이후 이틀 만에 0.56%포인트나 급락했다.

김상훈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이날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으로 증권사들의 CP 투자를 위한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이 실시한 1조5000억원 규모의 RP 매입 입찰에는 1조300억원의 신청자금이 몰려 전액 응찰됐다. 증권금융과 주요 증권사들이 참여했으며 평균 낙찰 금리는 연 2.52%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낙찰 규모가 당초 예정보다 줄었지만 유통금리와의 수익률 격차가 3%포인트에 달해 증권사들이 CP를 비롯한 크레디트물(비정부 채권) 매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추가적인 금리 하락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데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의 수익률 격차가 커져 수요가 몰리면서 단기자금 시장의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머니마켓펀드(MMF) 등 시중에 단기자금이 넘치는 데다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한 회사채 매입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자금 경색 완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국고채뿐만 아니라 산금채와 공사채 은행채 등의 신용 스프레드(금리차) 축소로 회사채의 투자 메리트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정범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고채 발행 물량이 만기 상환을 제외하고도 30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지가 크지 않아 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유인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혁수 동부증권 연구원도 "급격하게 불어난 단기 유동성이 빠른 속도는 아니더라도 점차 단기물에서 벗어나 고금리인 3년짜리 회사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