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거나 침체에 빠지더라도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예상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3분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지난 19일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4월 경기선행지수는 전달보다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선행지수는 작년 10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지난 3월 0.1% 상승한 뒤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폭이 크지는 않지만 추세가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것은 미 경제가 미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컨퍼런스보드는 설명했다.

경기선행지수는 3∼6개월 후의 경기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지표다.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지난 4월 소매매출은 0.2% 감소했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를 제외할 경우 0.5% 증가했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이 6.9% 증가하는 등 지금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대형 소매업체 17곳 중 70%가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놓았다.

이로 미뤄보면 소비 심리가 움츠러든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는 건 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이달부터 지급되고 있는 세금환급액 중 상당수가 소비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경기부양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월가에서는 잘하면 2분기 성장률도 플러스를 기록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월가 이코노미스트 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분기 성장률 예측치는 0.2%,3분기는 1.8%로 각각 나타났다.

또 전미기업경제협회(NABE)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3분기부터 미 경기는 뚜렷한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론스키는 "지난 4월 경기침체 가능성을 90%로 예상했지만 이달 들어선 60%로 낮췄다"며 "잘하면 침체를 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국면을 공식 판정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의장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개인적으로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하지만 심각할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경계론이 우세하다.

5월 소비지신뢰지수가 28년 만에 최악을 나타내는 등 소비심리가 움츠러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몇 가지 지표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둔화의 주범인 주택경기가 여전히 위축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유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어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주장이다.

노던 트러스트의 이코노미스트 폴 캐스리엘은 "태풍의 눈은 조용하게 마련"이라며 "신용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주택경기 침체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현 상태는 태풍의 눈으로 보는 게 맞다"고 밝혔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