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금방이라도 형광등을 대체할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형광등 만큼 값이 싸고 효율이 좋은 조명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번개표' 형광등을 만드는 금호전기의 박명구 대표(54)는 지난 15일 경기도 동탄면에 있는 금호전기 본사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LED 대세론이 득세하고 있지만 형광등의 시대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LED는 친환경적이고 전력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형광등에 비해 10배 이상 비싸 실내 조명시장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LED는 현재 연색성(태양광과 가까운 정도) 등에서 실내 주(主) 조명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형광등을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박 대표가 LED 사업 준비에 소홀히 해온 것은 아니다. 금호전기는 5년 전부터 LED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최근 특수조명인 할로겐램프를 대체하는 LED램프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옥외 광고용 패널 등에 들어가는 LED 패키지를 월 500만개씩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본격 가동했다. 그는 "LED의 잠재력은 충분히 인정한다"며 "그러나 일부 대기업을 비롯해 국내 업체들이 LED 조명등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은 현 기술 수준이나 시장 수요에 비해 너무 빨리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호전기는 올초 절전형 프리미엄 조명브랜드인 '룩소'(LUXXO)를 선보였다. 룩소는 박 대표가 3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형광등 시대를 이어갈 차세대 조명 제품군'이자 오스람 필립스 등 외국 유명업체의 제품과 저가 중국산에 밀려 떨어진 시장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번개표'는 국내 형광등시장에서 1980년대 70~80%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조명시장 개방 이후 현재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반 조명 매출도 한때 연간 1000억원이 넘었으나 2006년에는 53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박 대표는 "'번개표'란 후광만 믿고 시장 대처나 신기술 개발에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일반조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만든 절전형.장수명 램프인 '룩소'로 시장 탈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금호전기는 '번개표'로 유명하지만 매출의 75~80%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광원으로 쓰이는 냉음극광원램프(CCFL) 등 IT 부문에서 발생한다. CCFL은 형광등에 비해 휘도(밝기)가 높고 수명은 5~6배 길다. 금호전기는 형광등에 CCFL 제조기술을 도입해 룩소를 탄생시켰다. 박 대표는 "2005년 초에 CCFL라인에서 휘도 문제가 발생해 한 달여간 공장에 머물며 형광체 기술과 씨름한 적이 있다"며 "이때 'CCFL의 우수한 형광기술을 형광등에 도입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룩소의 첫 제품인 35W 직관형 형광램프는 일반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40W와 32W급 형광램프 등기구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밝기는 동일한 반면 소모 전력은 최대 12% 절감된다. 수명은 1만~1만5000시간인 기존 형광등의 1.5~3배인 약 3만시간에 달한다. 가격은 일반 형광등의 1.5배 수준이다.

룩소는 금호전기 조명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수출된다. 이미 미국 현지법인인 금호USA를 통해 대량 주문을 확보한 상태다. 박 대표는 "룩소는 필립스나 오스람 등 세계 메이저 조명업체의 프리미엄 제품에 비해 광효율이나 수명 등이 더 뛰어나다"며 "내년에 미국에서만 1억달러 이상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