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에너지 체스판'에 한국이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니?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냐 싶은 시나리오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착실하게 구체화하고 있다.

한수원의 비전은 이렇다. 발칸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우산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전을 서두르고 있다. 루마니아의 경우 2기의 원전을 한꺼번에 건설할 계획이다.

22억유로 규모의 이 입찰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여개 에너지 전문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의 한수원은 유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지난 20여년 동안 서구 선진국들은 환경단체 등의 반대 등으로 원전 건설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했다.

하지만 한국은 꾸준히 건설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경수로 원전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시공 및 운영 역량을 자랑한다. 한수원은 루마니아가 현재 가동 중인 체르나보다 원전에 대한 안전평가 용역계약을 따내는 등 수주를 위한 기반을 착실하게 다져가고 있다.

하덕상 한수원 루마니아 지사장은 "루마니아는 앞으로 원전을 지속적으로 건설해 전력이 부족한 인근 발칸국가들에 에너지 수출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면서 "루마니아에서 성공할 경우 발칸국가들은 물론 서유럽시장까지 내다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루마니아 인접국인 불가리아의 경우 구소련의 체르노빌형으로 지은 원자로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EU의 지적에 따라 폐쇄해야 할 처지다.

따라서 이 나라 역시 잠재시장으로 유망하다. 서유럽국가들도 화석에너지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원전 포기정책을 하나둘씩 백지화시키고 있다.

한수원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맞아떨어질 경우 한국은 원전을 내세워 발칸을 거쳐 유라시아 에너지시장을 넘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