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유럽과의 교역을 확대하는 데 가장 큰 장애는 언어다.

국가마다 사용하는 말이 달라 일일이 그 나라 언어로 제품설명서를 달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벨기에의 경우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영어 등 3개국어로 된 제품설명서를 만들어야 현지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유럽 25개국을 하나로 묶은 EU(올해 가입한 루마니아 불가리아 제외)란 집단을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놀랍게도 한·EU 교역 규모는 한·미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EU와의 교역 규모는 794억달러(수출 492억달러,수입 302억달러)로 미국의 769억달러를 웃돈다.

중국(1181억달러)에 이어 2위의 교역 대상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또 1998년 이후 EU와의 거래에서 9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 규모도 지난해 190억달러에 달하는 등 매년 확대 추세다.

삼성 LG 현대 SK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유럽에 공을 들이며 동유럽 생산기지 구축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이 EU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은 자동차 선박 휴대폰 LCD 등이고,주요 수입 품목은 반도체 기계 자동차부품 등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못지않게 한·EU 협상에 기업들의 관심이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양측은 협상에 참여할 수석대표까지 내정한 상태며 1차 본협상은 늦어도 5월 초면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협정 범위,협상그룹 구성에 이어 협정문 초안 상호 교환까지 합의한 상태라 협상 개시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EU FTA 협상은 사실상 한·미 FTA 결과를 준용할 것이기 때문에 양측의 실무 당사자들은 한·미 간 협상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브라이언 맥도널드 주한 EU 대표부 대사는 "한국과 미국 간의 FTA 협상이 성공적으로 종결되면 한·EU FTA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EU 간에는 한·미와 비교해 민감한 분야가 적어 협상이 더욱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EU 양측 기업인들은 FTA 타결이 '윈-윈'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KOTRA가 지난해 EU 역내 바이어 150명과 현지 진출 한국 기업 종사자 73명 등 2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현지 바이어의 64%는 FTA 체결 시 한국산으로 수입선을 변경할 의사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주력 수출 품목인 타이어 자동차 컴퓨터주변기기 등에서 관세 인하 효과가 나타나며,EU 측은 자동차 제약 등의 분야에서 이득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한·미 간 협상에서 자동차 제약부문이 미국의 주장대로 타결되면 미국 측보다는 오히려 EU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국인들이 벤츠나 BMW를 사지 GM 차를 구매하겠느냐는 게 유럽 기업인들의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