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미국의 유통업체 월마트가 23일 "중국에서 노조설립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 설립 방해기업에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중국 노총의 강한 견제에 한발 물러 선 것이다. 이에따라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 코닥 등 중국 진출 다국적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내달 1일부터 민공(농민출신 노동자) 임금 체불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개시되는 등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노동자 권익 보호 나선 중국 정부=월마트는 23일 성명에서 "종업원들이 노조 설립을 요구할 경우 월마트 중국 법인은 그들의 희망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는 그러나 "현재 근로자의 요구가 없어 노조가 없다"며 "중국 노동법을 완전 준수하고 있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중국 일부 언론은 월마트의 성명이 립서비스 수준이라는 지적을 제기했지만 올 들어 부쩍 강화된 중국 정부의 근로자 권익보호 조치에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월마트는 그동안 노조 설립을 방해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타깃이 돼왔다. 이에 따라 노조 설립을 불허했다는 이유로 상하이에는 출점하지 못했다. 상하이총공회는 올 하반기 6백여개의 외자기업에 노조를 설립토록 유도,전체 외자기업 중 노조를 둔 기업의 비중을 30%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 노총인 중화전국총공회는 최근 임금체불 등 악덕 기업주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까지 묻도록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호응해 최근 노동보장감찰조례를 공포,오는 12월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임금체불 현황 조사도 이의 일환이다. ◆제 목소리 내는 중국 근로자=선전의 한 가전업체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공장 이전과 임금 체불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이같은 권익을 찾으려는 근로자들의 인식변화는 노사분쟁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슈롄 전인대 부위원장(국회 부의장)은 "지난해 노동 관련 소송이 2만2천6백건으로 전년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임금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제금융보는 24일 "아시아 국가 가운데 중국의 올해 임금상승률이 6.4∼8.4%로 인도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주중대사관의 이태희 노무관은 "외자기업이란 이유로 불법 노동행위를 눈감아주던 중국 정부가 외자의 질을 따지기 시작했다"며 "근로자를 부리는 대상으로 취급해 온 외자기업들은 노무관리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