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2일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주발행을 막아달라는 KCC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대규모 일반 공모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는 듯 싶었던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측이 다시 불리해지는 형국이다. 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시도가 무산된 만큼 양측은 내년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염두에 두고 지분 확보전을 벌여야 한다. 현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양측의 지분이 박빙의 차이를 보이는 만큼 주식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사거나 우호주주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박빙의 의결권 지분 보유 및 우호 지분만 보면 KCC측의 지분이 월등하게 많다. 범 현대가의 지분을 포함해 KCC는 44.39%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던 현대중공업이 KCC를 편들고 나설 경우 총 확보지분은 46.53%로 늘어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KCC와 정상영 명예회장이 펀드를 통해 매입한 지분에 대해 처분명령을 내리거나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20.63%의 의결권은 묶이게 된다. 또 현대엘리베이터가 금강종합건설을 상대로 낸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수용함에 따라 1.42%에 대한 권한 행사도 어렵게 된다. 의결권 행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지분을 제외한 KCC측 지분은 총 24.48%이다. 이에 맞선 현정은 회장측은 지분은 김문희씨(19.43%)와 현대증권(4.98%)을 합쳐 24.41%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 1.75%는 우호세력에 넘기지 않으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상법 369조 2항에 따라 자사주는 의결권을 제한받기 때문이다. ◆위임장 대결도 가능 KCC측이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주식시장에서 엘리베이터 주식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우호주주를 끌어들일 경우 현대측은 범 현대가가 지난 8월 사들인 엘리베이터 자사주 반환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범 현대가에 매각한 엘리베이터 자사주를 되찾기 위해 연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 현대측은 금강종합건설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만큼 나머지 현대가 기업에 대해서도 비슷한 법원의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현대측이 법원의 가처분 신청수용을 이끌어내면 KCC측 우호지분 6.23%의 의결권을 추가로 묶을 수 있다. 현재 27.31%의 일반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도 변수다. 어느 한쪽도 절대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양측은 위임장 대결 등 표 대결을 준비하는 한편 법정싸움을 통한 중장기 대책도 마련중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