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에게 100억원의 비자금을 직접 전달한 당사자가 김창근 당시 구조조정본부장인 것으로 확인되자 곤혹스런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비자금을 전달한 과정이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지극히 비밀스럽고도 부적절한 방법으로 행해졌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자 크게 당혹스런 모습이었다. SK 관계자는 "검찰에서 비자금 전달 과정을 낱낱이 밝혔는데 우리가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면서 "김 사장이 당시 구조본부장이었기 때문에 '총대'를 메고 그 역할을 수행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해체된 구조본이 사실상 총수의 브레인과 수족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구조본의 수장인 김 전 본부장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SK는 김 사장이 SK사태의 와중에서 한차례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에 비자금 전달이라는 `악역'을 맡은 것으로 공개됨에 따라 개인의 명예실추는 물론 회사의 이미지도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SK㈜ 대표이사 사장이기도 한 김 전 본부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지배권강화를 위해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주식의 맞교환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용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지난 74년 SK케미칼에 입사, 같은 회사 외환과장과 자금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94년 구조본의 전신인 경영기획실로옮겨 주로 재무 업무를 담당해왔다. 2000년 12월 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장이 됐으며 지난해에는 SK㈜ 사장에 취임하면서 구조본부장과 SK㈜ 사장을 겸직하다가 지난 6월 구조본이 해체되면서 지금은 SK㈜ 사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그룹내 대표적 재무통으로, 꼼꼼한 성격에다 일처리가 매끄러우면서도 충성도가강해 최 회장과 손길승 그룹회장의 신임을 받았으며 외환위기 이후 그룹의 재무구조개선과 관련한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