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는 포스코 이구택호(號)가 윤리경영을 나침반으로 순항중이다. 대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윤리규범을 선포하고 윤리경영이 재계의 화두가 된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내달 14일로 취임 만 6개월이 되는 이 회장은 진정한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대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윤리경영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철강시장 호황으로 올 상반기에 순이익만 1조원을 넘어서며 반기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한 만큼 윤리경영 정착에 더 신경을 쏟고있다. 지난 6월 윤리규범을 선포한데 이어 말로만 그쳐서는 안된다며 각종 실천방안을 내놓고 제2의 업무혁신(PI) 운동으로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임원회의에서 "윤리경영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개인과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도 신변을 깨끗이 하지 못하는 사람은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리경영의 첫 시험대가 될 추석을 앞두고 계열사 임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성직자와 같은 심정으로' 기업윤리를 실천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추석선물을 받는 사람은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이처럼 윤리경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깨끗한 기업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지만 포스코가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사로 갑ㆍ을 관계에서 주로 갑 역할을 하며 방치할 경우 한없는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유혹에 노출돼 있다는 위기의식이 배경이 되고 있다. 직원들이 거래처와 협력회사, 용역업체들로부터 접대받고 떠받들어지는 '힘있는'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강한 윤리의식을 갖지않으면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리규범이 선포되고 사내 분위기가 일신되던 지난 7월 초 포항제철소의 김모 부소장이 용역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윤리경영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일반 직원이 아닌 상무급 임원 구속사건은 윤리경영 분위기를 정착시키려는 이구택호를 흔드는 풍랑이었지만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을 요구하며 더 강한 실천의지를 주문했다. 포스코에만 적용됐던 윤리규범을 14개 계열사로 확대시키고 팀 단위의 작은 조직이었던 '기업윤리실천사무국'을 실(室) 단위로 개편하는 한편 기업윤리 준법 감시인을 선임하고 인사관리 전과정에 윤리의식과 실천에 대한 평가항목을 만들어 고과에 반영키로 하는 등 부패 유혹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또 협력업체와 용역회사 대표들에게도 윤리경영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고 부패한 기업과는 거래를 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놓고 있다. 이 회장은 선물이 많이 오갈 수 있는 이번 추석을 직원들의 기업윤리 실천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대로 삼고있다. 포스코와 계열사들의 직원들이 과연 이 회장의 강한 윤리경영 의지를 따라줄 것인지는 이번 추석이 지나면 판가름 날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