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당과 CJ가 때 아닌 '돼지싸움'을 벌이고 있다. 살아 있는 돼지 2만마리(현재 시가 최소 10억원)의 담보권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한제당과 CJ는 설탕뿐 아니라 사료업계에서도 사사건건 맞서는 식품업계 라이벌로 통하고 있다. 대한제당은 "CJ가 돼지를 가로챘다"며 분개하는 반면 CJ는 "뒷북을 치는 저의가 뭐냐"며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사연은 3년 전인 200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제당은 대형 농업회사 ㅊ사와 사료 외상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4월에는 돼지 2만마리에 대한 양도담보계약 공증까지 마쳤다. 사료값을 못받을 경우에 대비해 '보험'을 든 셈이다. 문제는 이 농장이 부도가 나면서부터 시작됐다. 농장 주인이 남긴 빚은 사료값 외에도 수십억원. 대한제당은 담보로 잡은 돼지를 팔아 채권(7억2천여만원) 일부라도 회수할 참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올 초 법원에 신청한 가압류집행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엉뚱하게도 축산업자라는 김모씨가 "엄연한 내 돼지"라며 소유권을 강력 주장하고 나섰다. 이미 CJ가 1년 전 2억3천만원을 받고 팔아치운 뒤였기 때문이다. "CJ가 멋대로 처분한 것"이라며 격분한 대한제당은 CJ를 상대로 2억3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했다. CJ측은 그러나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회사측은 "대한제당보다 앞서 맺은 담보계약서가 있는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또 "당시 돼지를 맡아 길러줄 사람을 찾지 않았으면 돼지는 모두 굶어죽었을 것"이라며 "무관심하던 회사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공증시점에서 한발 늦은 책임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