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은행들은 시중 금리에 맞춰 예금금리를 한 달이 멀다하고 내린 반면 신용대출금리는 1년이 넘게 인하하지 않거나 오히려 올리고 있어 '고객만 봉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 하나 신한 조흥 한미 등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2001년말 신용대출 금리를 내린 이후 1년반이 넘도록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있다. 제일은행은 지난 4월말 한도거래 방식의 신용대출 최고 금리를 종전의 연 16.5%에서 17.25%로 오히려 0.75%포인트 올렸다. 이 은행은 앞서 2월에도 리볼빙방식의 신용대출 최고 금리를 연 13%에서 13.5%로, 원리금균등 상환방식의 최고 금리는 연 13.25%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은 신용대출이 거래실적에 따라 대출여부와 금리조건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고객이 은행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은 대개 시장금리와 연동해 금리가 변동하는 데다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언제든지 바꿔 탈 수 있지만 신용대출은 은행거래 '실적'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이 은행을 바꾸기 쉽지 않다. 은행들은 또 한도대출을 설정하는 고객에게 한도액 대비 0.5%의 한도약정 수수료를 슬그머니 신설해 사실상 금리를 올렸다. 한도약정 수수료는 우리은행이 작년 7월 처음 만든데 이어 한미은행이 변동금리부에 한해 작년 12월부터 부과하고 있다. 조흥은행도 이달초부터 마이너스대출 약정시 같은 비율의 수수료를 떼고 있다. 은행들은 그러나 예금금리를 계속 낮추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들어 정기예금 금리를 세차례, 수시입출금식 예금금리를 두차례 내렸다. 제일은행은 16일부터 올들어 다섯번째로 적금금리를 0.1∼0.3%포인트씩 일제히 인하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적정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예대마진을 높게 잡고 있다"며 "고객 불만이 더 커지기 전에 장기국채 등 은행들이 투자해 적절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