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29일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3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적극 천명하고 나선 것은 "경제가 이대로 가다간 큰 일 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추가경정예산 4조원 편성, 콜금리 0.25%포인트 인하 등 일련의 경기진작책이 미흡하다고 보고 투자확대를 통한 경제회복에 앞장서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각종 규제가 이같은 재계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어 경기를 부양시키려면 규제완화 등 정부의 가시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재계는 건의했다. ◆ 규제에 묶인 3조6천5백억원 재계가 이날 밝힌 투자규모 30조원 가운데 3조6천5백억원은 수도권 성장관리지역내 공장입지규제 등으로 인해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기흥 반도체 공장 설비 교체와 화성 지역 반도체 공장 증설에 올해 3조5천억원을 비롯 2010년까지 약 7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쌍용자동차는 평택공장 증설에 올해와 내년에 각각 1천5백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두 회사의 투자계획은 최근 산업자원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ㆍ규칙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산자부는 외국계 합작법인인 LG필립스LCD의 파주공장 설립은 허용키로 해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낳았다. 삼성전자와 쌍용자동차는 현재 투자계획을 포기하지 않은 채 정부의 규제완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회사 관계자는 "현행법상 수도권에선 첨단업종 공장을 증설할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은 무제한 허용되는 반면 국내 기업은 25~50%내로 제한된다"며 차별철폐를 주장했다. 이와는 별도로 현대자동차는 경유승용차 및 경차와 관련한 규제 완화 여부에 따라 총 1조4천억원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같은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돼 경제회복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소비진작 등 정부 지원 절실 재계는 개인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특별소비세 과세대상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확대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인정하고 사치 오락성 물품이 아닌 벽걸이형 PDP TV와 에어컨처럼 대중화된 제품은 특소세를 물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확대와 금융시장 안정도 시급하다는게 재계의 주장이다. 최소 5조원 이상의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카드채 문제 등으로 불안요인이 잠재돼 있는 금융시장을 하루빨리 안정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 노사관계 원칙 바로 세워야 재계는 경제회복을 위해선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노사관행 정착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오는 7월초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전국 각 지역 사업장이 임단협 공동투쟁을 계획하는 등 노사문제가 경제회복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와 수출을 어떻게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법치주의에 입각한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며 "다음달에 노사문제와 관련된 경제계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대통령 방미 이후 정부와 재계가 경제 살리기에 묘안을 짜내고 있는 시점에서 경제계가 던진 건의에 정부가 어떻게 화답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