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발발로 국내 에너지환경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와 LG칼텍스정유 등 주요 정유사들은 이라크전 발발에 대비해 장기 도입물량 우선확보와 원유수입선 다변화 등의 대책을 세워놓고 있으며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에너지절약대책에 따라 전반적인 석유판매량은 상당폭 줄어들 전망이다. 또 영세한 석유수입사의 경우 국제시장에서의 석유완제품가격 급등에 따라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고유가 사태로 인해 석탄과 원자력, 태양열,지열, 풍력 등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수입선 다변화 = SK㈜는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국제유가가 20-25달러 선으로 차츰 하락하겠지만 중기전일 경우에는 35달러 이상, 최악의 경우 50달러 안팎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SK㈜는 이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우선 현재 65% 수준인 원유 장기계약물량의 안정적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중동에서의 수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아프리카와 북해, 남미, 아시아 지역 등으로 도입선을 다변화해 대체원유를 확보해 나갈방침이다. 이와함께 휴스턴과 런던, 두바이와 싱가포르 등에 위치한 지사망을 풀가동,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 및 유가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해 물량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할 계획이다. LG칼텍스정유도 중동 산유국들과의 오랜 친분관계를 십분활용, 장기도입물량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원유 구매량 최적화와 원유공급 중단 가능성이 있는 이라크 주변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량을 줄이기로 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정유사들은 이라크전이 발발할 경우 원유수급 자체보다는 가격이 더 문제가 될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부 지역의 경우 휘발유 소비자가는 ℓ당 1천400원을 넘어섰으며 전쟁이터질 경우 더 올라갈 전망이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수입사 점유율 하락 전망 = 타이거오일과 페타코 등 석유수입사들 역시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는 국제시장에서의 석유완제품 품귀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라크전이 한달 이상 장기화될 경우에는 수입사들의 시장점유율 하락이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전 발발 위기감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인 지난 1-2월에도 수입사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에 비해 3-4%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거오일 관계자는 "일단 전쟁이 나면 국제시장에서 석유제품이 품귀현상을빚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수입사들은 당분간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곧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체에너지 개발 = 최근 기획예산처는 올해 고유가 상황의 지속으로 관심이높아지고 있는 대체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보급사업에 903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밝혔다. 현재 국내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에너지 관련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대체에너지 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덕밸리에 입주한 벤처기업들은 최근의 고유가 상황과 이라크전을 회사도약의 호기로 보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태양열 기기 전문업체인 모인에너지와 차세대 형광램프인 EEFL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에스이티 등은 이라크전이 발발하고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상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홍보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또 '세녹스' 판매사인 지오에너지가 4월부터 시판하겠다고 밝힌 석탄액화연료 '쏠렉스'의 경우 휘발유에 비해 ℓ당 400원 이상 저렴할 뿐 아니라 중동과는 거리가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원료를 들여오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있다. 현재 국내 에너지시장은 석유가 약 5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석탄 23%, 원자력 14.1%, 액화천연가스(LNG) 10.5%, 수력 0.5% 등이 뒤를 잇고 있으나 태양열과지열, 풍력 등의 활용도는 미미한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