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과 교사들이 두개 조로 나뉘어 그림 퍼즐을 맞추고 있다. A조가 맞추는 퍼즐 그림은 영국 지도, B조는 미국 지도다. 영국 지도를 거의 다 완성한 A조가 퍼즐 두 개가 모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 대신 미국 지도의 퍼즐 조각 두 개가 남았다. "어, 그쪽 조에 혹시 영국 퍼즐 조각 있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이쪽도 두 개가 안 맞네요. 이 퍼즐 조각이 영국 것인가 보네요." 교단에 서 있던 금발 여성이 설명한다. "양쪽 국가에는 남는 퍼즐 두 조각이 있습니다. 즉 잉여 자원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상대 국가에는 필요한 물품입니다. 양 국가간에 무역의 필요성이 생기는 겁니다." 지난달 14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국제회의실. 경제교육단체인 JA코리아의 경제교육 자원봉사자 교육 현장이다. 교육받은 자원봉사자들은 앞으로 일선 학교 교단에 파견돼 학생들에게 직접 경제를 가르치게 된다. 삼성전자 동부금융그룹 두산중공업 CJ 등 국내 대기업에서 자원한 봉사자들과 서울지역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제교육을 직접 체험해 보고 세부적인 교육방식을 토의했다. 이날 교육을 위해 미국의 JA 본사에서는 다이엔 리 프로그램 담당 부장을 한국에 보냈다. 2교시 주제는 '생산'. 참가자들은 두개 조로 나뉘어 볼펜을 조립한다. 한 조는 조원들 각자가 볼펜을 조립해 완성한다. 반면 다른 조는 조원들이 각각 볼펜 심 넣기, 몸통 결합하기 등 공정을 나누어 맡아 조립한다. 공정별로 나누어 조립한 조가 먼저 작업을 끝냈다. 분업의 효율성을 직접 체험해본 것이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학생들을 위한 교재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나부터 이렇게 재미있어 할 줄은 몰랐습니다."(동부증권 자산운용팀 백승호 주임) "교사들에게도 경제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서울 염리초등학교 황영선 교사) 참가자들은 모두 학생으로 돌아가기라도 한듯 다소 흥분된 표정이다. 참가자들은 이같은 방식의 교육이라면 기존 교육에 미치는 파급력도 상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염리초등학교 주선홍 교사는 "경제교육은 물론 다른 교육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생각된다"며 "다른 수업을 맡은 교사들도 '아 이런 방법이 있구나' 하며 교보재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이러한 자원봉사 시스템이 국내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교실에서 교사와 자원봉사자간 협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교사와 자원봉사자간 사전교감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직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부모님의 직업에 대해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결손가정이나 실직가정 등을 파악해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염리초 천제완 교사) "학생들의 관심사와 사고방식 등을 미리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죠. 요새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운동선수 연예인 등이 장래희망 우선순위에 꼽힙니다. 우리 때와는 다르죠. 눈높이를 맞추는게 중요합니다."(우신초 양영식 교사) 교재와 수업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나눠주는 교재가 너무 많아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교재 내용도 한국 정서에 맞게 다듬을 필요가 있고요."(상도초 박창렬 교사) "고등학교에서 실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단순개념 교육보다는 교육 양적 측면에서는 뒤떨어지니까요.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겠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부담이 크지요."(민족사관고 나병률 교사) 이밖에 "자원봉사자가 먼저 경제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교보생명 서승만)거나 "자원봉사자 스스로 교보재 준비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숭인중 오성란 교사)는 제안도 앞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로 거론됐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교재와 수업방식에서 이러한 체험 위주의 교육이 한시라도 빨리 정착돼야 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 염리초등학교 주 교사는 "일선 학교와 기업, 자원봉사자들이 협조를 통해 올바른 적용방식을 찾아가야 한다"며 "체험 위주의 교육이 당장 효과를 나타내진 않겠지만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경제를 알고 이용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