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전자업체로 손꼽히는 소니가 다시 변신 중이다. 전자 음악 엔터테인먼트 등 3개 사업부문을 하나로 통합하는 경영구조 개편과 함께 미국 유럽 아시아 등 3개 핵심 허브(hub)별로 이사회를 재편하는 등 새로운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전통적인 강점 영역인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확장을 도모했던 소니다. 그런 소니가 지금 하드웨어에서는 급속히 추격하는 한국과 중국을 의식하면서,동시에 소프트웨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업체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소니의 승부수를 전문가들은 '디지털화''네트워크화''하드웨어와 콘텐츠의 통합' 등의 용어로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러나 안도 구니타케 소니 사장의 말 한마디를 제목으로 뽑았다. '바로 우리 자신이 우리의 제품을 쓸모없게 만드는 혁신의 당사자가 되지 못하면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경쟁자가 소니의 제품을 쓸모없게 만들어버리면 그것은 곧 소니의 위기라는 얘기다. 자신이 이룩한 혁신에 자만하거나 발목을 잡혀 변화의 시기를 놓쳐버리는 것이 바로 '혁신의 딜레마'다. 안도 사장의 말은 이 딜레마를 강하게 경계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흔히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각오와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국가도 마찬가지 아닐까. 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한 발전경로가 소득 1만달러 시대의 그것과 같을까. 또 지금까지의 발전 경로를 답습해도 동북아 중심이 우리 손에 들어올까를 자문해 보면 국가 전체가 소니와 같은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지 모른다. 국가혁신 시스템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두 명의 세계적 석학들이 최근 잇달아 세상을 떴다. 영국의 파빗(K Pavitt) 교수와 한국의 김인수(Linsu Kim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짐) 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파빗 교수는 마지막이 된 작년 한국 방문에서 우리에게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이나 덴마크를 유심히 관찰할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한국은 이제 '창의성'에 눈을 돌려야 하고 그런 분위기를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80년대 초부터 세계은행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혁신 시스템에 주목했다. 그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 세계은행발(發) 이메일로 전세계에 퍼져나갈 만큼 그의 연구는 인정받았다. 그가 한국의 혁신시스템에 던진 메시지의 골자는 '모방에서 혁신으로'다. 그리고 한때의 큰 강점이 지금은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지 않은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메시지의 마지막 부분이다. 인공 양초 날개로 하늘 높이 올라갈 수 있었지만,너무 높이 올라간 나머지 태양에 근접하게 되자 날개가 녹아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는 '이카루스(ICARUS)의 역설'을 인용하면서.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