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이 심각한 혼선을 빚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의 힘겨루기에 따른 고질적인 이중 규제는 물론 같은 정부기관내에서 조차 지원과 규제가 혼재하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4세와 18세로 울고 웃는 개발사들=국내 게임개발사들은 이용 가능한 연령층으로 정통부(14세)와 문화부(18세)가 각각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게임업체인 W사는 지난달 정통부로부터 '14세 미만 청소년 회원 가입'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게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서비스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회원 가입시 현실적으로 확인 가능한 부모 동의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정통부에서 문제삼고 있다"며 "정통부의 대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 게임은 문화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는 '전체 이용가'등급을 받았다. 또 다른 게임회사인 N사도 영등위의 '전체 이용가'판정을 받고도 정통부로부터는 14세 미만 청소년 부모 동의절차 부족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정통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을 서비스하고 있는 개발사들은 영등위의 등급 결정으로 호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가 '18세 이상가'등급을 받은 이후 최대 고비에 직면해 있으며 온라인게임 '뮤'를 서비스하고 있는 웹젠은 심의를 철회하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모두 정통부로부터는 '전체 이용가'판정을 받은 게임이다. ◆갈팡질팡 게임정책=온라인게임 '헬브레스'를 개발한 씨맨텍은 지난달 영등위로부터 '18세 이상가'판정을 받았다. '전체 이용가'를 목표로 게임을 만든 이 회사는 회원 확보와 해외 수출에 제동이 걸려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헬브레스'는 문화부의 '이달의 우수 게임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문화부가 게임회사에 임대해 주는 테크노마트를 사용하고 있다. 문화부 지원으로 제작된 게임이 문화부 산하기관에 의해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리니지'도 문화부의 '올해의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수출대상작'으로 선정됐었다. 교사나 학부모 단체들은 리니지의 폭력성과 중독성을 감안할 때 청소년이 즐기기엔 적당하지 않다며 영등위 결정에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 등급 부여는 온라인게임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해외 수출길을 가로막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상반된 정책 결정에 대해선 문화부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기구가 공존하다 보니 정책 조율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