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타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우리측 최대수확은 한국산 자동차, 핸드폰을 즉시 관세철폐 품목에 포함시키고 칠레산쌀.사과.배를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관철시킨 것을 꼽을 수 있다. 결국 '공격'에서는 자동차.핸드폰을 얻고 '수비'에서는 사과.배를 지킨 셈이다. 전반적으로는 농산물 수출국 진영인 `케언즈 그룹(Cairns Group)'에 속하는 칠레의 농산물 공세에 최대한의 빗장을 거는 대신 우리측 주력공산품의 일부를 칠레측이 예외품목이나 단계적 관세철폐 품목에 넣는 것을 양보했다. 제각기 국내산업에 대한 갑작스러운 영향을 줄이기 위해 우리측 공산품과 칠레측 농산품을 맞교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우리는 품목수 기준으로 전체의 94.5%를, 칠레는 96.5%를 각각 발효 이후 10년 안에 관세를 철폐키로 합의, 비슷한 비율을 보였지만 공산품을 양보하면서우리측의 대칠레 수출액 가운데 즉시 무세화되는 품목의 수출비중이 68%에 그쳤다. ◆공산품-농수산품 맞교환 = 우리측은 공산품의 경우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키로 합의한 전기동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관세를 즉시 없애기로 했다. 반면 칠레측은 승용차, 화물차, 플라스틱제품, 철강제품(파이프, 주방용품) 등은 즉시 관세장벽을 걷어내기로 했지만 시멘트,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등은 5년, 고무제품과 철강, 섬유.의류 등은 10년에 걸쳐 각각 점진적으로 철폐키로 했다.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지는 자동차부품, 타이어 등은 우리의 대칠레 수출품목가운데 상위 10위권내에 포함되는 것들이어서 상대적으로 혜택이 덜할 전망이다. 우리측은 농산물에서는 종우, 종돈, 사탕수수, 사료첨가제 등은 즉시, 당류, 초콜릿, 면류 등은 5년, 복숭아통조림과 종자용 옥수수 등은 7년, 키위, 망고 등 열대과일주스는 9년, 복숭아, 돼지고기, 단감 등은 10년, 조제분유, 배 가공품 등은 16년에 걸쳐 점차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칠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20%를 넘는 포도는 계절관세를 물리되 10년내에 철폐하고 쇠고기, 닭고기, 자두, 감귤 등은 관세율쿼터(TRQ)를 일단 적용한 뒤 도하개발아젠다(DDA) 이후에 논의키로 했다. 고추와 마늘 등 양념류는 논의 자체를 DDA 이후로 미뤘고 홍어와 정어리 등 칠레산 36개 수산물에 대해서는 10년에 걸쳐 관세를 폐지키로 합의했다. 특히 칠레산 수입이 급증해 예상치 못했던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 농산물에만 특별히 적용되는 양자 세이프가드 규정을 협정에 반영한 것도 성과다. 칠레측이 한국산에 대해 즉시 무관세화하는 품목의 수출규모는 지난해 전체 대칠레 수출액에서 67.6% 비중을, 5년내 관세가 없어지는 품목의 비중은 16.4%에 해당한다고 외교통상부는 설명했다. 한편 협상의 막판 변수가 된 금융서비스 분야는 칠레측 요구를 수용, 이번에는FTA의 예외로 했지만 4년 후에 포함 여부에 대해 재논의키로 했다. ◆자동차.핸드폰.TV 즉시 무세화= 칠레측으로부터 즉시 무세화(無稅化)를 얻어낸 자동차와 무선전화기는 지금도 우리의 대칠레 수출의 1, 2위를 달리는 간판상품. 자동차의 경우 2000년에는 승용차 1억6천400만달러, 화물차 6천600만달러로 2억달러가 넘는 수출실적을 보인 뒤 지난해 승용차 1억1천만달러, 화물차 4천800만달러로 감소한데 이어 올해도 30% 이상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는 칠레시장 점유율이 26%로 36%인 일본차에 이어 2위지만이번 FTA가 발효될 경우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선전화기의 경우 2000년에 2천500만달러로 12배 증가하며 세탁기보다 많은 실적을 보인데 이어 작년에도 8천600만달러의 실적을 올린 성장품목이다. 이밖에 현재 수출액은 많지 않지만 한국산 엔진과 엘리베이터, 굴삭기, TV, 컴퓨터, 캠코더, 경유, VCR, 에어컨 등도 발효와 함께 관세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돼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핵심 2개 상품에 대한 즉각적인 무세화의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가전제품 가운데 TV와 함께 `빅3'로 꼽히는 세탁기와 냉장고 등 2개품목은 이번에 칠레산 쌀.사과.배를 빼는 조건으로 예외품목이 됐다. 산업자원부는 "이번 협정으로 제조업 전체의 칠레에 대한 수출증가액이 연간 6억3천600만달러로 추정돼 예상 수입증가액인 2억500만달러를 초과해 4억3천100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를 거둘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