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빅뱅'을 앞두고 재정 분담 및분배 방식을 둘러싼 역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EU 강대국들인 프랑스, 독일, 영국 사이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EU확대를 연기 내지 무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EU는 오는 2004년 동구 및 지중해 10개국을 추가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를 위한 EU 재정 개혁 논의를 진행중이다. EU는 회원국 확대의 선결조건인 재정개혁 방안을 확정하기 위해 24일부터 25일까지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EU의 기존 15개 회원국은 정상회담 전에 재정개혁안의 기본 골격에 합의하기 위해 역내 외교채널을 총동원하고 있으나 회담을 하루앞둔 23일까지 합의 조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EU 재정지출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보조금 개혁 방안을 놓고 몇년째 논의를 거듭하고 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EU 재정의 최대 분담국인 독일이 농업보조금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농업보조금의 최대 수혜국인 프랑스는 자국 농업의 이해를 앞세워 이 제도의 변경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EU 확대의 '기관차' 역할을 했던 프랑스는 이때문에 EU 확대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는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원국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자 22일 영국의 재정 분담금 할인 문제를 들고 나왔다. 영국이 지난 84년 마거릿 대처 전총리 시절 EU로부터 따낸 재정분담금 할인혜택을 EU 확대를 고려해 중지해야 한다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주장한 것. 영국이 EU에 내는 돈과 EU로부터 받는 보조금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받는 할인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44억유로에 달한다. 다른 회원국들은 프랑스가 농업보조금 문제로 궁지에 몰리자 EU 재정문제에 대한 논점을 희석시키기 위해 돌연 영국의 EU 분담금 할인 문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영국은 이에 대해 "재정분담금 할인은 결코 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발끈했다. EU 관측통들은 영, 불, 독 3강국의 재정분담 논란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간 군소 회원국들까지 EU에 "가능한 적게 내고 최대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EU 재정계획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원국간 부분적인 재정통합 관리로 유럽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유럽통합운동의 기본정신이 국가이기주의와 '돈' 앞에 휘청거리고 있다는 탄식이 EU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