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탁상품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은행 금전신탁 계정에서는 7천4백27억원이 빠져 나갔다. 은행금전신탁은 지난 7월엔 6천2백19억원, 8월에는 3천5백29억원이 줄었다. 은행 신탁에서 이처럼 돈이 빠지는 것은 최근 주가하락으로 주식형 및 전환형 신탁상품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은행에서는 원금마저 까먹는 신탁상품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중 판매한 주식형 신탁중 12개 상품이 지난 25일 현재 연 마이너스 2∼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상품은 모집된 펀드의 30∼50%를 주식에 투자한 뒤 일정 수익을 올리면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신탁상품들이다. 우리은행이 지난 4월부터 판매한 굿밸류 단위금전신탁도 수익률이 마이너스 9.13%를 나타냈고 신한은행 근로자주식신탁 1호(-10.45%), 하나은행 분리과세 안정성장형 2호(-7.25%), 한미은행 알뜰분리전환형 1,2호(각 -1.24%, -2.81%), 외환은행 네버세이 전환형 5호(-1.64%) 등도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수익을 내고 있는 채권형 신탁상품들도 대부분 수익률이 연 4∼5%에 머물러 은행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연 5% 안팎)에도 미달했다. 때문에 이달 들어 국민은행 금전신탁이 2천7백억원 줄어든 것을 비롯해 우리.한미은행에서 1천9백억원씩, 외환.제일은행에서 1천억원씩이 감소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온 신탁상품의 고객들이 돈을 빼내 주로 정기예금에 옮겨 놓고 있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