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3천m 이상 심해(深海)에 매장돼 있는 석유를 발굴할 수 있는 최첨단 석유시추 기술이 개발됐다. 특히 이 기술은 이미 상업화에도 성공해 앞으로 석유업계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심해와 극지(極地)에 묻혀 있는 석유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공대는 최종근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37)가 미국 텍사스A&M대학 소속 연구진과 공동으로 수심 3천m이상 심해에서도 석유를 시추할 수 있는 '수중 양수 시추시스템의 동적 폐쇄법'을 개발, 최근 미국특허를 받았다고 8일 밝혔다. 텍사코(Texaco) 모빌(Mobil) 등 다국적 석유회사로부터 4천8백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이 기술의 핵심은 석유시추 펌프를 '해수면'이 아닌 '바닷속'에 설치한 것이다. 석유 시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저면의 유정(油井) 압력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 압력이 너무 높으면 유정이 붕괴되고 너무 낮으면 폭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기술적 한계로 대부분 석유시추 사업이 수심 1천∼1천5백m에서 이뤄졌고 2천m 이상 바다에서의 석유 시추.개발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텍사스A&M대학 연구팀은 그러나 '수중펌프'를 통해 3천m 이상 깊이의 바다에서도 유정 압력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작년 12월 미국 멕시코 걸프만 해상 유전의 현장 적용 시험을 거쳐 상업화도 이뤄졌다. 최종근 교수는 "보통 수심 1천5백m에서 유정 하나를 시추하는데 최소 1천만달러 이상이 소요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30%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새로 시추장비를 개발하지 않고 현재 사용하는 시추선에도 기술을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 심해 극지에 묻혀 있는 석유를 발굴할 경우 향후 50년이면 고갈될 것이라던 석유 사용기간도 2백∼3백년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