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 1일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낸 것은 기업경쟁력을 도외시한 주5일 근무제는 수용키 어렵다는 재계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이 공개서한을 통해 정부가 추진중인 주5일 근무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회장은 우선 노사합의에 이르지 못한 주5일 근무제를 시간에 쫓긴 나머지 정부가 단독으로 입법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휴가일수를 조정하지 않고 노는 제도만 국제기준으로 맞추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합리한 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회장은 대표적인 예로 선진국보다 많은 기존의 휴일수를 꼽았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월차휴가나 유급 생리휴가가 있을 뿐아니라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선진국은 연 공휴일이 10일 안팎이지만 한국은 17일에 달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부담을 기업만 떠안는다면 결국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휴일에도 임금이 보전되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의 이날 서한은 '공개' 서한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재계의 위기감과 불만이 담긴 결정판이라는 얘기다. 최근 재계의 행보를 보면 기업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 지 쉽게 느낄 수 있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최근 제주도최고경영자 하계 세미나에서 한 발언이 대표적 예다. 그는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주5일 근무제 강행을 '반칙'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경련이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의 보고서를 인용, 4대그룹의 내부거래비중이 공정위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낮아졌다고 정면 반박한 것도 예전과는 다른 강수였다. 재계가 이같은 강수를 내놓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막아보기 위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잘못된 정부정책에 끌려갈 수만은 없다는, 정치논리에 경제논리가 제압당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데 대해 재계의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박 회장이 재계를 대표해 내놓은 이 건의에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