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가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이었다면 앞으로는 성장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그 핵심은 전략이다" 최근 방한한 미국의 세계적 전략컨설팅업체인 모니터그룹의 마크 풀러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이제 재무중심의 구조조정에서 탈피,어떤 전장에서 무슨 무기로 싸울 지를 결정하는 전략수립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사업에서 핵심역량을 유지하면서 인적 자산과 지적 자산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모니터사를 한국에서 최고의 컨설팅업체로 만들겠다는 풀러 회장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중국시장에 대한 전략적 준비는 구미기업보다 오히려 못한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미국 경제가 어찌될 것 같은가. "기초가 아주 튼튼하기 때문에 곧 나아질 것이다. 실업률이 낮은 반면 생산성 증가율은 여전히 높다. 수익이 늘어난 업체도 많다. 다만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것 아닌가. "미국 회계법인들이 이 참에 제대로 개혁을 해야 한다. 사실 회계 부문은 지난 1930년대 이래 별 변화가 없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이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이기 때문에 한국에도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경쟁력이 있는 업체를 찾게 될 것인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한국의 대미 환율도 낮아지고 있어 쉽잖은 게임이 될 것이다."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국은 지난 5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다. 경제 성장률이 견실하고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이같은 노력의 결과다. 문제는 구조조정이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했다는 점이다." -과제가 많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제까지가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이었다면 이제는 성장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 핵심은 전략이다. 어떤 전장에서 경쟁할 지,무슨 무기로 싸울지를 결정해야 한다. 전략이 세워져야 어떤 고객을 목표로 할지,어떤 제품으로 승부를 걸지를 정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경쟁우위를 기르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사업부단위에서 핵심역량을 키워야 한다." -뭘 어떻게 키워야 하나. "기업의 핵심역량은 그 회사의 자산에 기초해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유형자산이나 재무자산만을 얘기했다. 그러나 이제 중요한 것은 인적 자산과 지적 자산이다. 이 둘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블루칼라 생산성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화이트칼라의 생산성이다. 기술 정보 데이타베이스 브랜드 등으로 대표되는 지적 자산의 경우는 시장과 고객에 대해 제대로 알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그룹은 5~10년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이냐를 화두로 내걸고 있다. 한국 기업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삼성 같은 기업은 이미 많은 것을 이뤘기 때문에 앞으로 5~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이다. 어떤 전장을 택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게 있다. 바로 남들이 어떤 전장을 택할 것이냐에 너무 관심이 높다. 남과 똑같은 곳을 택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성공하려면 이전에 하던 사업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 한국의 최고경영자들은 새로운 영역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떤 전장을 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회사가 확보해온 경쟁우위 또는 핵심역량을 어떻게 살려나갈 것이냐가 더욱 중요한 관건이다. 아무리 좋은 사업도 그걸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 사업영역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떤 핵심역량을 어떻게 길러야 할지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중요도를 따지자면 역량을 어떻게 길러야 할지가 70~75%,어떤 전장을 택할 것이냐가 25~30% 정도 될 것이다. 전략과 역량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핵심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저 지역적으로 가깝다는 건 별 혜택이 없다. 문화적으로 유사하다고 생각하고 서구 기업에 비해 오히려 준비하지 않는 듯한 인상도 있다. 실사도 제대로 안해보고 파트너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도 준비하지 않은채 중국에 진출하려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전략을 먼저 세우고 거기서 중국을 어떤 역할로 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에서의 모니터그룹의 목표는. "우리는 5~10년후에 한국에서 최고가 될 것이다. 최대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하려는 한국 기업에 경쟁의 본질과 싸워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한국 기업이 그리는 큰 그림에 지적 임팩트를 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 모니터그룹 ] 모니터(Monitor)그룹은 지난 1983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들이 중심이 돼 미국 보스턴에서 창립한 전략 컨설팅업체다. 현 회장인 마크 풀러와 세계적인 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등이 창립 멤버다. 지난 90년에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모니터그룹코리아에는 현재 네덜란드인인 마틴 켈더 지사장을 포함 50여명의 컨설턴트들이 일하고 있다. [ 대담 =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