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중 마늘협상 파문과 관련, "정부 부처의 안이한 태도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발표누락 등 관련부처의 대처를 질책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협상 부속합의서에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가 2년반 후에 종료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음에도 당시 이 부속합의서가 발표되지 않은 점을 강도높게 지적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그 부속문서도 같이 발표됐으면 국민의 이해를 얻기도 쉬웠을 것이고 오늘과 같이 '속였다' '감췄다' 등의 오해를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말했다.


김 대통령은 당시 정부 관련 부처로부터 협상의 개요에 대해서만 보고받았을 뿐세이프가드 종료와 관련된 부속합의서 내용에 대해선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늘협상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이기호(李起浩) 대통령 경제복지노동특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세이프가드 종료에 대해선 외교통상부로부터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대통령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도 "외교통상부 장관이 협상의 개요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며,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에는 부속합의서에 관한 것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청와대측은 마늘협상 문제로 정부 부처 내부에 불협화음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정부 각 부처가 힘을 모아 조속히 파문을 수습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경제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관계부처간 충분히 협의해 한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다음은 이기호 특보와의 일문일답 요지.


--경제수석 재직 당시 세이프가드 종료에 대해 보고받았나.


▲그에 대해선 외교통상부로부터 보고받지 못했다. 따라서 대통령께 보고하지않았다.


--알게 된 시점은.


▲최근 신문을 보고 알았다.


--협상 종료후 외교부가 부속합의서를 보고하지 않았는가.


▲외교부는 본협상 결과만 보고했다.


--그렇게 중요한 사항에 대해 왜 보고받지 못했나.


▲협상은 청와대가 간여하지 않는다. 외국과의 협상은 외교부가 중심이 돼 각부처와의 협의아래 진행한다.


앞으로 마늘 농가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4천3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은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세이프가드 중단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