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 가치는 미 경제불안으로 연일 하락, 본격적인 약(弱)달러 경계선인 '달러당 1백20엔'과 '유로당 1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 추락하는 달러와 원인 =달러 가치는 21일 도쿄시장에서 7개월만의 최저인 달러당 1백22.7엔으로 전날보다 1엔 가량 떨어졌다. 이어 열린 뉴욕시장에서 달러가치는 장중 한 때 달러당 120.87엔까지 급락했다. 달러는 앞서 20일 뉴욕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해 유로당 0.9648달러(전날 0.9577달러)로 2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처럼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쌍둥이(무역과 재정) 적자 확대와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20일 지난 4월 무역적자가 3백59억4천만달러로 전달보다 34억달러(10.6%) 급증했다고 발표, 달러 약세를 촉발시켰다. 지난 5월 재정적자도 8백6억달러로 전년 동기의 3배에 달했다는 재무부 발표는 달러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6월 경기선행지수가 예상(0.3%)보다 높은 0.4% 상승했다는 호재도 나왔으나 쌍둥이적자 확대의 악재에 눌려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달러 약세의 근본 원인은 불투명한 미 경기회복세에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분기에 5.6% 성장률을 기록, 순조롭게 출발했던 미 경제는 그후 소매판매 등 각종 지표들이 악화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얼마까지 떨어질까 =달러 가치는 조만간 달러당 1백20엔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유로화에 대해서는 2~3개월 안에 '1달러=1유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예측기구인 4캐스트의 외환전략가 폴 버드나스키는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각할 구실만 찾고 있다"며 비록 1분기 경제성장률(5.6%)이 유럽연합(EU:0.9%)과 일본(1.4%)보다 높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미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어 달러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