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컴퓨터의 펀치 카드를 닮은 초고밀도 스토리지(기억장치) 기술이 IBM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IBM 취리히 연구소의 피터 베티거 연구원 등은 11일 구형 컴퓨터의 펀치 카드와비슷하고 천공을 분자의 크기로 줄인 점만 다른 초고밀도 스토리지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밀러피드'(노래기)로 명명된 이 기술은 요즘 컴퓨터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자기(磁氣)스토리지 미디어(매체)의 자료 기억용량을 20배나 키울 수 있다. 이는 우표크기의 표면에 인쇄된 텍스트북 2천500만 쪽에 해당되는 자료를 채워넣을 수 있을만한 용량이라고 IBM은 설명했다. `밀러피드'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지 카드가 출시되면 현재 휴대용 컴퓨터와 휴대폰에 들어가는 실리콘 기반의 플래시 메모리 카드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베티거연구원은 내다봤다. IBM은 그러나 `밀러피드'기술을 당장 상용화하지는 않을 계획인것으로 전해졌다. 베티거 연구원은 특히 "모바일 기기 및 휴대용 컴퓨터 등 분야의 경우 플래시메모리의 기억용량을 능가하는 스토리지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밀러피드'기술을 채택하면 1제곱 인치당 1테라비트(1조비트)의 자료를 저장할수 있다. 이 자료는 지름이 10 나노미터밖에 안되는 초박판 플라스틱 폴리머(重合體)필름에 저장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밀러피드' 기술이 적용된 스토리지는 예전의 펀치 카드와 달리 지웠다가 다시쓸 수 있다. 베티거 연구원은 수십만번에 걸쳐 재생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주사(走査) 현미경을 공동발명해 노벨상을 받은 거드 비니히가 지난 86년 발명한원자 현미경의 원리와 비슷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데이터 밀도상의 한계'라는 플래시 메모리 칩의 약점을 극복하고 다기능 손목시계에 알맞은 미세한 포맷에 10∼15 기가바이트의 자료를 집어넣을 수 있다. (뉴욕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