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엔화 환율이 달러당 1백30엔 이하로 떨어졌다. 한동안 1천3백2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던 원화 환율도 1천3백10원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엔화와 원화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엔화 환율의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본경제가 과연 회복될 것인가 △올들어 추진해 왔던 엔저 정책을 포기하는 것일까 △그동안 엔저 정책이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국제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주었는지를 먼저 검토해 봐야 한다. 최근 들어 부분적인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이즈미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불행히도 출범초 한때 85%에 육박하던 일본 국민들의 고이즈미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요즘 30%대로 떨어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국민소득(GDP) 기여도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일본 국민들의 소비는 정책당국이 어떤 신호를 보내도 좀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정정책면에서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각각 GDP의 11%,1백32%에 이르고 있어 여유가 거의 없는 상태다. 올들어 일본이 엔저를 통해 경기부양을 모색했던 것도 경기침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 주말 엔화 환율이 1백30엔 이하로 떨어진 것(엔화 강세)은 경기부양을 위한 엔저 정책을 포기했다는 의미인가. 무엇보다 엔저 정책은 일본경제 입장에서 별다른 이득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지금처럼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엔저는 수출증대 효과보다는 일본내 자금이탈에 따른 경기침체 효과(역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도 미국은 엔저에 따른 추가적인 무역적자 부담을 안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임계수준을 벗어나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일본경제에 '안행적(雁行的) 경제구조'와 엔화 환율에 대해 '천수답(天水畓) 수출구조'를 갖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엔저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과정에서 통화마찰이 불거져 왔다. 결국 일본경제는 엔화 환율의 상하 변동에 따른 흡수능력이 극히 제한돼 있는 상태다. 엔화 환율이 1백30엔대 이하로 떨어졌다 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다. 그렇다면 원화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외환당국의 입장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당국은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추가적립에 따른 만만치 않은 기회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경기조절 차원에서 원화 절상을 하나의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수급에서 달러공급 과잉상태가 나올 경우 그대로 환율로 밀어내 반영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들어 1·4분기까지는 엔화 환율에 의해 원화 환율이 좌우돼 왔으나 앞으로는 외환수급 요인이 원화 환율 변동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외환수급 요인이 올해 남은 기간에 별로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상거래 측면에서 경기 회복의 과도기적인 단계(대체로 6개월 정도)에는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앞질러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지난해 95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한 경상수지가 올해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외국인 자금이 얼마나 유입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추가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은 지난해보다 좋지 않아 보인다. 증시에서 어느 정도 목표수익을 거두고 있는 데다 구조조정도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어 선진금융기법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4분기 이후 외환수급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여건이 형성된다 하더라도 원화 환율이 크게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대내외 전망기관들이 올해 안에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2백50원 이하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