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지표는 설비투자와 수출용 출하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표는 추석 특수 등이 일시적으로 반영되면서 경기 현실과는 무관한 말 그대로 통계상의 수치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 스스로도 10월이후 지표는 훨씬 좋지 않게 나올 개연성이 크다고 말할 정도다. ◇ 경기 나쁜데 산업생산 왜 늘었나 =올 9월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2∼3일 많았던 데다 추석특수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보다 올 9월 기상상태가 좋았던 점도 산업 생산이 증가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를 나타내는 도.소매 판매가 9월에 7.7%나 증가한 것도 산업생산을 늘리는데 한 몫했다. 지난 7월과 8월의 도.소매 판매 증가율은 각각 2.9%와 3.6%에 불과했다. 결국 10월초 추석을 앞두고 음식료품 화장품 휴대용전화기 등 내수용 소비재 수요가 늘었고 이것이 생산 및 출하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내수용 출하(11% 증가)와 달리 수출용 출하는 3% 감소했다. 추석 소비 수요가 그나마 경기를 지탱했다는 얘기다. 재고 증가율이 지난 8월 14.7%에서 9월 11.3%로 줄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3.2%에서 74.9%로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 생산능력은 뒷걸음질 =설비투자 감소가 11개월째 이어지면서 제조업 생산능력이 오히려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특히 3.4분기 설비투자 증감률(-12.2%)이 환란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 98년 4.4분기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내 성장잠재력을 급속히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지난해 9월에 비해 2.1% 증가하는데 그쳐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감소세로 돌아설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생산능력지수가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낸다는 것은 총공급능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의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 10월 지표 다시 나빠진다 =통계청은 9월 산업활동동향에 미 테러 참사에 따른 충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테러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10월 지표는 한층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9월과 같은 추석특수를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수출계약이 이루어지고 선적까지 한달 가량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 테러 참사의 여파는 10월부터 단계적으로 통계지표에 반영될 전망"이라며 "현재로선 경기 호전시기를 예측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