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통용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나 금융회사, 기업들의 대응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유로화가 명실공히 유로지역 단일통화로 자리잡게 되면 유럽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1일 '2002년 유로화 통용과 기업의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1월1일 유로화 통용으로 12개 유로화 회원국 상권이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고 환위험이 제거돼 유로지역내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따라 △유로 경제권의 자급자족체제 심화 △가격의 투명성 제고와 하향 수렴화 △금융거래 비용 절감에 따른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 기업을 비롯한 역외기업들은 유로화 통용으로 환리스크나 환관련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경쟁 심화, 역내 교역 증가, 가격 하향 수렴화 등에 따라 채산성과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연구소는 전망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위기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로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로화 기준 전산시스템 구축 =내년초부터 유럽 거래선들과의 계약서 체결이나 신용장 개설, 결제나 임금지급, 대(對)정부 거래 등 모든 기업활동은 유로화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유럽 현지 진출 기업이나 국내 수출 업체의 모든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유로화를 기능통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 등을 유로화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유로화 전환규정·비율(현재 유로통화권 12개국의 환율은 유로화에 대해 여섯자리수로 고정돼 있음), 반올림 규정 등을 정확히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심리가격 활용, 고객별 물량비례 할인제 도입 =유로화로 상품 가격 전환.조정시 '심리가격'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 예를 들어 기존에 8.49마르크였던 제품가격을 유로화(1유로=1.95583마르크)로 환산하면 4.34유로다. 통상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경계 가격이 'x x.99' 또는 'x x.x9'로 끝난다는 것을 감안해 4.39유로나 4.29유로 중에서 제품값을 선택하되 △제품의 수요탄력성 △브랜드 이미지에 미칠 영향 △경쟁업체의 가격 동향 △소비자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가격을 책정하는게 바람직하다. 또 국가별로 구매물량에 따라 가격차이를 조정하는 고객별 물량비례 할인제도 등을 도입, 제품값이 최저가격 국가수준으로 하향 수렴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제품 차별화, 틈새시장 공략, 고객서비스 개선 등 비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 구매선 다변화와 조직합리화 추진 =제품가격의 하향 수렴화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현지에서 다양한 구매선을 발굴, 구매 원가를 낮춰야 한다. 국별 시장분할 대신 언어나 문화가 유사한 지역.권역별로 조직을 개편하고 공동지원센터(SSC)를 운영, 국별로 운영해왔던 재무.금융 회계 물류 등 백 오피스 기능을 범유럽 차원에서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는게 바람직하다. 또 장기적인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라인을 동유럽권으로 이전하는 등 생산 거점을 재배치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 ------------------------------------------------------------------ < 유로지역 향후 시장환경 변화 > 12개국으로 구성된 단일시장(시장광역화) 가격투명성 증대로 범유럽 가격정책 불가피 병행수입 보편화 범유럽 혹은 글로벌 제조-하청업체 파트너십 형성 유통업체의 자가브랜드 영향력 확대 범유럽 회계표준 무역전환효과로 자급자족체제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