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 삼호면에 위치한 삼호중공업. 두 개의 도크를 갖고 있는 이 회사에서는 지금 6개의 선박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6천여명의 근로자들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24시간 교대로 야근과 특근을 해야 할 정도로 일감이 밀려 있다. 회사가 부도로 쓰러져 근로자들이 하나 둘 보따리를 싸야 했던 2~3년 전과는 분위기가 천양지차다. 삼호중공업이 현대중공업에 경영을 위탁한 지 2년여 만에 정상화의 궤도에 올라섰다. 올해 매출 1조1천억원에 6백억원대의 순익을 올려 지난 96년 삼호조선소가 가동에 들어간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삼호중공업은 한라중공업 시절인 97년 두 개의 도크를 갖춘 삼호조선소를 세웠다. 선박 건조능력은 연 1백50만GT. 단일조선소로서는 세계 5위 규모다. 준공 첫 해에는 26척의 배를 건조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일본의 미쓰비시에 이어 세계 5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과중한 투자에 따른 금융부담으로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지난 97년 12월 자금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말았다. 그 뒤 여러 차례에 걸쳐 해외매각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돼 한때는 설비를 뜯어내 고철로라도 팔아야 한다는 주장이 채권단 내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6천여명에 달하던 직원들은 절반인 3천여명으로 줄고 97년부터 99년까지 3년간 1조원 이상의 누적적자가 쌓였다. 직원들은 32%의 임금을 반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5년 예정으로 현대중공업에 경영을 위탁한게 99년 10월. 회사 이름도 이때 한라중공업에서 삼호중공업으로 바꿨다. 경영을 맡은 현대중공업은 영업과 구매를 통합시켜 매출확대와 비용절감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영업3부가 아예 삼호중공업의 영업을 맡았다. 이들은 전세계 현대중공업 영업망을 활용해 선박을 수주했다. 현재 수주잔량만 50여척(22억6천만달러어치)에 달한다. 2년6개월치 일감이다. 삼호중공업은 자재도 현대중공업과 공동구매해 올해의 경우 5천5백억원에 달하는 자재구입비중 3백8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감이 늘어나면서 부도 직후 회사를 떠났던 직원중 1천5백여명을 다시 불러들였다. 삼호중공업 김종두 과장은 "지난 6월 임금협상에서 기본급을 6.6% 인상하고 흑자 원년 장려금으로 상여금 50%, 한마음 새출발 격려금으로 1백만원을 지급키로 해 종업원들도 모처럼 웃음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삼호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현재 6천5백억원. 매년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만 5백억원에 달한다. 삼호중공업 자금 관계자는 그러나 "올해 수주량이 8억달러에 달해 당초 목표치인 11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06년 3.4분기에는 차입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