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제가 20여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수출 주문이 1981년 이후 가장 가파른 추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6월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뛰었다. 산업생산도 1975년 이후 최대폭의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악화된 경제지표는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쳐 대만 가권지수는 연일 8년 만의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주 대만의 권위있는 경제연구기관인 중앙연구원 경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5.21%에서 2.38%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주도형 대만 경제 휘청=대만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 주문이 큰 폭의 침체를 보이고 있다. 대만 경제부는 6월 수출주문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9% 줄어든 1백1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6.8% 감소를 웃도는 것이다. 올 상반기 수출도 7.2% 줄어든 6백78억달러로 집계됐다. 장요충 대만경제부 수석통계관은 "올 하반기 수출주문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률·제조업생산 최악=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실업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까운 4.5%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인 4.1%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실업률은 대학졸업생들의 취직시즌이 다가오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생산도 예상치인 9.2%에 비해 큰 폭인 11.2%나 움츠러들었다.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8% 감소했다. ◇전자·IT부문 침체가 주범=대만 경제가 최악의 침체를 보이는 것은 경제의 양날개인 전자제품과 정보기술(IT) 통신기술 분야의 매출이 급락세를 보이는데 따른 것이다. 전자제품 수출주문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3.8%나 감소했으며 IT·통신기술 제품 주문도 21.6%의 하락세를 보였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 홍콩 일본으로부터의 수출주문은 각각 20% 이상 감소했다. 대만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으로부터의 주문은 작년 동기 대비 20.3% 감소한 37억달러를 기록했다. 유럽지역 주문은 30%가 넘게 줄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