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전자업계의 표준이다. 정보통신의 디지털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기술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물밑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날로그시대 비디오테이프 녹화방식을 놓고 소니와 마쓰시타가 벌인 표준전쟁은 기술전략경쟁의 전범이면서 앞으로 전개될 디지털표준대전이 전자시장에 가져올 충격의 강도를 가늠케 해준다. 70년대말 소니는 베타방식, 마쓰시타는 VHS방식을 각각 추진했지만 시장경쟁은 불과 5년만에 마쓰시타가 독식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당시 마쓰시타는 필립스 등 경쟁업체들에 기술노하우를 전수하고 할리우드 영화사들과도 적극적으로 제휴하는 방식으로 동맹군을 만들어 소니(베타방식)를 포위해 고사시켜 버렸다. "표준경쟁은 기술적 우위보다 누가 전략적 동맹군을 많이 만드느냐에 달려있으며 한번의 실패는 해당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이다"(조명현 고려대 교수) 이런 상황에서 세계무역기구 무역상기술장벽협정(WTO/TBT)은 가맹국에 대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제표준을 따를 것을 권고하고 있어 표준경쟁을 급진전시키고 있다. 표준을 주도하는 쪽이 챙기는 경제적인 이득은 어마어마하다. 동영상 사례를 보자. 작년 10월 프랑스 라볼에서 열린 국제표준화기구(ISO) 멀티미디어 기술표준 국제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22개 동영상 검색저장 전송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이 기술은 인터넷 등에서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저장 검색 이동까지 가능케 하는 기술로 IMT2000이 상용화되는 2005년께 국내 업계는 연간 3억달러의 로열티수입을 올릴 전망이다. 현재 표준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디지털TV와 홈네트워킹.디지털TV 분야에선 미국의 ATSC과 유럽의 DVD방식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있는 가운데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물밑 접촉과 함께 로비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캐나다 등과 함께 ATSC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동수신 및 실내수신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방송기술인연합회로부터 재검토 요구를 받고있어 상당히 유동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의 미국내 자회사인 제니스는 디지털 전송분야의 원천특허기술인 VSB(Vestigal Side Band,잔류측대역변조)를 미국 디지털방송의 전송 표준으로 확정시키는 개가를 올리는데 성공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디지털방송의 표준 확보를 계기로 생산비 절감과 전략적 제휴 확대 등에 확고한 경쟁우위를 갖게 됐다"며 "디지털TV 보급이 본격화되는 2005년부터 매년 1억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3∼4년내 3천억달러의 시장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홈네트워크 분야는 삼성전자의 홈와이드웹(HWW)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의 UPnP, 소니의 하비(HAVi), 휴렛패커드의 CHAI, 썬마이크로시스템의 JINI 등이 복잡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삼성과 소니가 기술표준에 대한 전략적 합의를 추진하면서 팽팽한 세력균형이 깨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업체가 한.일 가전업체의 대표주자인데다 하비 진영에는 필립스 히타치 톰슨 등 쟁쟁한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디지털 가전제품의 기록매체인 메모리카드도 복수의 규격이 난립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확대되고 있다. 메모리 카드는 휴대용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등에 장착되는 작은 기록매체로 반도체의 플래시 메모리가 탑재된다. 당초 메모리 카드의 규격에는 도시바의 '스마트 미디어', 삼성전자의 '스마트 미디어카드', 미국 선디스크의 '콤팩 플래시' 등이 있었지만 그동안 서로 동맹군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SD(Secure Digital) 메모리카드'와 '메모리 스틱'의 양대 진영으로 재편되고 있다. SD 메모리카드는 마쓰시타 도시바 선디스크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소니가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스틱은 모토로라 미쓰비시 샤프 파이오니아 등이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