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산업이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음반산업 성장의 걸림돌이었던 인터넷 음악사이트 무료서비스가 금지될 전망인데다 시장확대로 "밀리언셀러" 음반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음반시장은 가요가 팝송을 밀어내며 7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지켜 가는 특이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국내 음반시장을 주도한 것은 편집앨범 "연가"다. 지난 1월 나온 이래 무려 1백52만세트나 판매되며 "애수" "러브" 등 편집음반 출시 붐을 낳았다. 김건모의 7집은 발매 한달여만에 75만장이나 판매돼 '1백만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클래식부문에서도 지난해 나온 소프라노 조수미의 '온리러브'가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며 80만장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중 2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만 14종에 달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나온 조성모의 앨범 '가시나무'와 '아시나요'도 각각 1백80만장, 2백10만장이나 팔렸다. god3집은 1백80만장, 서태지 독집도 1백20만장이나 나가 '밀리언셀러' 대열에 동참했다. 이에따라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크게 위축됐던 음반시장 규모가 지난해엔 외환위기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한국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98년 3천5백30억원에 머물던 국내 음반시장 규모는 99년엔 3천8백억원, 지난해엔 4천1백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제작업체 수도 지난해말 현재 5백76개사로 98년에 비해 무려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각국에서 국내가수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음반 수출도 늘고 있다. 지난해 중국시장에서만 안재욱 NRG SES 베이비복스 god 등의 음반이 총 4백만장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음반업계에서는 올들어 편집음반의 과당경쟁으로 정규음반의 판매량이 주춤하고 있지만 편집음반 열풍이 지나가면 독집앨범들의 판매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에만 조성모 4집을 비롯 이수영,스카이 등 인기가수의 독집앨범들이 줄줄이 시장에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무료 음악사이트 냅스터가 미국법정에서 불법판결을 받은 뒤 냅스터의 무료 음악 공유가 사실상 중단된 것도 음반판매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MI 뮤직의 재이 세밋 미디어 담당 수석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음악이 계속 만들어지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무료 음악서비스가 사라지면 앨범 판매가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반시장이 이처럼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 국내 음반업계는 불법복제 근절과 유통구조 개선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올들어 편집앨범 출시가 붐을 이루면서 이른바 '리어카 음반'이 크게 위축됐지만 불법복제는 여전히 음반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중국 등 해외에서의 불법복제는 음반수출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 '연가' 성공 비결은 ] 4장의 음반으로 구성된 편집앨범 "연가"는 지난 1월 시장에 나온 이래 6월말까지 1백52만세트가 판매됐고 7월들어서도 하루에 3천세트씩 팔리고 있다. 낱장으론 무려 6백만장이 넘게 나간 셈이다. 1백52만세트중 30만세트는 일본과 미국 동남아국가로 수출됐다. 이 음반을 기획제작한 GM기획의 김광수 사장은 연가의 성공을 "기획과 마케팅의 승리"라고 자체 진단했다. 조성모의 "아시나요"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 김민우의 "사랑일 뿐이야" 등 애틋한 그리움을 담은 최신곡들과 기존곡들을 함께 수록해 "386세대"부터 젊은 세대까지 다양한 구매층의 기호를 충족시켰다는 것. 이혼을 발표했던 이미연을 표지모델로 써서 슬프고 애틋한 정서를 한껏 고조시킨 것도 판매성공의 한 요인으로 김 사장은 꼽았다. 또 편집앨범 사상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홍보에 이용했고 1억5천만원을 투자해 다양한 방식으로 신문광고를 내보낸 것도 "애수" 붐 조성에 한몫했다. 이런 공격적 마케팅은 가요계에서 거의 없던 일이다. "연가"는 1세트당 도매가가 5천원미만(소매가 1만5천-1만7천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GM기획은 "연가" 하나로만 40억원 안팎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