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대 항공사 노조의 파업으로 '항공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처 방침을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시위와 집회, 파업은 보장돼야 하지만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것은 안된다"면서 "국무위원들이 확고한 소신을갖고 판단해 대처해주기 바란다"고 내각에 지시했다. 먼저 김 대통령은 지난해 말 정부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불법파업에 엄정대처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당시) 비장한 결의로 불법파업을 중지시켜 국민들이 안심하고 경제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이날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예정하고 있는 민노총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김 대통령은 "최근 파업을 주도한 노조는 과거 정권에서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불법단체로서 탄압을 받았으나 국민의 정부는 이 노조를 합법화했고 구속자들을 석방했으며 공민권을 부활시키는 한편 정치참여권까지 보장했다"면서 "이같은 권리를 보장받은 노조가 가장 강력하게 비합법적인 투쟁을 하면서 국가경제와 사회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유사 이래 혹독한 가뭄으로 전 국민의 가슴이 타고 있는 이 때에 파업을 하고 있다"고 파업시기 문제도 거론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울산에서 보듯 화염병과 쇠파이프, 보도블록이 등장했다"며 "세계 어느나라에서 합법적인 권리를 보장하면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를 용납하는 나라가 있는가"라고 폭력시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질서를 잡지 않는다면 외국의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고 국내사업자들도 중국, 동남아 등으로 떠나갈 것"이라면서 불법파업이 외자유치 및 국내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김 대통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사의 불법파업을 염두에 둔 듯 "최근 파업을 하는 사업장을 보면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라면서 "중소기업에서 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월급을 깎아 가면서 기업을 살리고 있는데도 고임금 소득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 등 극한투쟁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노조가 불법과 폭력을 휘두르면서 경찰이 개입하면 탄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잘못한 것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노조도 법과 질서,평화유지를 위해 본분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김 대통령이 불법파업과 시위에 대한 엄정하고 단호한 대처 방침을 천명한 것은 불법파업과 시위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낮아져 회생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 연대파업이라는 암초까지 등장, 우리경제가 회생이냐 추락이냐의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