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 초보자가 투자 첫날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다. 리스크가 커지거나 공급이 늘어나면 채권값이 떨어지고 채권수익률(금리)은 거꾸로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이런 기준에서 볼때 지금 일본의 4조달러 규모의 채권시장은 비정상적인 상태에 놓여있다. 위험은? 매우 크다. 일본경제는 10년동안의 장기불황 상태에 빠져 있다. 은행 대출은 기록적인 비율로 부실화되고 있다. 그리고 공급은? 지금 일본정부의 국채로 지구를 도배할 수 있는 지경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중 최악의 수준인 국내총생산에 대한 정부빚의 비율은 올해 말이면 1백34%가 될 것이라는게 스탠더드&푸어스(S&P)의 전망이다. 지난 2월22일 S&P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단계 낮췄다. 그러나 일본의 10년물 국채가격은 작년 9월6일 2000년도의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후 지금까지 35%나 올랐다. 이상하게도 더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수익률은 당연히 당시의 1.97%에서 1.28%로 떨어졌다. 채권 보유자들은 지금 커다란 의문을 품고 있다. "국채가격의 급등세는 거품인가, 만일 그렇다면 언제 거품은 터질 것인가?" 이에 대해 지금의 일본 국채가격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일본에서는 인플레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플레는 채권매입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값싼 수입품과 과잉생산설비, 그리고 부진한 소비 등으로 소비자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무도 주택이나 기업 공장들을 사지 않는다. 더구나 지난 4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에 비해 3.2%나 감소했다는 우울한 통계로 일본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위험도 없다. 금리인상은 이미 수익률이 낮은 상태인 채권의 매력을 더 떨어뜨리게 된다. 하지만 최근의 국채가격 상승세를 받쳐주고 있는 것은 인플레 걱정없는 물가안정이 아니라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투자열기다. 사람들은 주식시장에서는 거의 투자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은행 저축예금 금리도 사실상 제로(0)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과 기업 은행, 그리고 일반 개인들이 자신들의 돈을 투자하고 싶은 곳은 정부채권뿐이다. "일본 국채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투자대상"이라고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야마가와 테쓰후미는 지적한다. 그러나 이같은 투자는 위험하다. 국채 투자자들은 아무 준비도 없이 마음을 푹 놓고 있다가 갑작스런 채권가격 폭락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누구도 일본 정부가 부도를 낼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부빚이 점점 늘어날 경우 금융 전문가들은 이런 바보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만일 채권시장이 붕괴돼 장기금리가 폭등하면 빚더미에 올라있는 허약한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 정부는 극도로 불어난 빚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주요 선진국들중 이탈리아만이 일본보다 국가신용등급이 낮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대장성 국제담당 차관은 은행들의 국채보유량에 대해 한마디로 '놀랍다'고 표현했다. 은행들의 국채 보유액은 지난 2년간 거의 두배로 늘어나 현재 5천7백30억달러에 이른다. 사카키바라는 국채시장에는 국채가격 폭락을 촉발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이 산재해 있다고 강조한다. 은행들은 현재 정부의 미상환 국채중 20%를 갖고 있다. 도쿄 ABN암로은행의 애널리스트 노자키 히로노리는 국채수익률이 2.5%에 이르면 일본 채권시장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일본은행들이 수익률 2.5%선에서 대부분의 국채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는 부실한 국가재정상태를 깨끗이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환자에 대한 충격요법이다. HSBC은행은 그의 계획대로 적자상태의 국가재정을 흑자로 만들 경우 향후 3년에 걸쳐 1백만명의 실업자를 양산하게 되며 국내총생산의 1.2%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세수가 줄어 재정적자는 더 악화된다는 얘기다. 고이즈미 내각은 아직 재정개혁에 착수하지 않았다. 재정개혁없이는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팽창 정책은 역효과를 초래,경제가 회복되기도 전에 일본은 심각한 인플레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채권시장으로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만일 투자자들이 인플레로 인해 채권을 팔기 시작하면 두가지 사태가 발생한다. 하나는 여전히 병들어 있는 일본 정부가 채권을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써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 중앙은행과 거의 모든 민간은행들이 막대한 채권투자손실을 입고 손실로 털어버리든지 아니면 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야 하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일본에서 불고 있는 채권투자 바람은 과거 주식 및 부동산투자 열기처럼 눈물로 끝날 수 있다. 물론 채권시장은 그동안 정국을 안정시켰으며 국가로서는 돈이 적게 드는 현금확보원이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리스크에 따라 움직이는 진짜 자본시장같이 움직이기 시작할때는 조심해야 한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