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병행 발전''을 국정목표로 내세운 현 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시장''은 사라지고 ''관치''만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20일 열린 여.야.정 정책포럼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야당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관치경제다.

정부에 의한 시장 개입 정도가 자본주의의 본질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청산하기 위해 관치경제 청산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 측에서는 "지금은 시장경제로 가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IMF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의 공적자금 투입 및 개혁 추진 과정에서 생긴 불가피한 현상이다"고 맞받아쳤다.

야당이 현 정부들어 관치경제가 오히려 심화됐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흔히 관치라 불리는 ''정부에 의한 시장 개입''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금융을 통해서고 다른 하나는 규제를 통해서다.

먼저 금융면에서 관치가 심화됐다는 증거는 너무나 명백하다.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당연한 결과기는 하나 11개 시중은행중 8곳이 사실상 정부 지배하에 들어가 있다.

정부 및 산하기관이 최대주주인 시중은행은 한빛.조흥.외환.서울.주택.평화은행 등 6개고, 제일(49%)과 국민은행(9.5%)은 두번째로 큰 주주다.

전체 지방은행 6곳중 경남.광주.제주 3개 은행도 예금보험공사가 1백%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러다보니 민간은행의 70%(자본금 자산기준)가 환란 이후 정부지배하에 들어간 셈이 됐다.

제2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종금회사의 태반이 정부 지배하의 우리금융지주회사 자회사로 편입돼 있고, 대한생명.서울보증보험 등 2개 보험사, 한국.대한투신, 대우증권 등 환란 이후 정부 지배하에 들어간 금융회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렇게 정부에 의한 금융기관 지배력이 현저히 높아지다보니 관치금융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관치에 길들여져 있는 금융회사로서는 정부가 주인이기까지 하다보니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관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전화나 구두지시를 주로 사용하는 등 관치수법도 더욱 교묘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두번째로 관치경제 심화와 관련되는 부분이 환란 이후 도입된 새로운 규제다.

물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가피했다고는 하나 부채비율 2백% 규제와 64개 주채무 계열기업군에 대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회사의 거의 대부분이 정부 지배하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이들 규제는 민간기업까지 정부 지배하에 놓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됐다.

과거에는 금융회사만 정부 눈치를 보면 됐으나 이젠 민간기업까지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한민국은 ''관치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연유야 어쨌건 관치를 하루라도 빨리 청산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관치경제 청산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겠으나 법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 보다는 금융회사 민영화, 규제 완화와 관행 개선을 통해 관치가 더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금융회사가 국유화돼 있거나 아무리 민영화돼 봐야 주인이 없다면 관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고, 과도한 규제가 있는 한 관치 청산은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아울러 소위 ''관치금융 기술자''들이 금융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을 엄격히 물을 필요가 있다.

이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고 승승장구하다 보니 관치금융이 극성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 논설.전문위원.경제학박사 kgh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