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우리 선조들은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돈에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가급적 멀리 하라는 뜻이지요.

그러나 요즘은 어떻습니까.

그런 말을 하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 하지 말라"고 핀잔을 들을 겁니다.

돈은 이제 우리생활 속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돼 있습니다.

심지어 4~5살짜리 꼬마도 설날 세배를 하면서 세뱃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기 일쑤이지요.

이처럼 어릴 때부터 돈은 막연하나마 "좋은 것"이란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돈이 정말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며, 그 돈은 누가 만들어서 관리하는지 등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지요.

오늘은 돈의 정체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요.

돈은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쓰이지요.

아빠가 회사에서 일을 한 대가로 받는 월급도 돈이고,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살 때 내는 것도 돈이지요.

나라에 세금을 낼 때 사용하는 것도 물론 돈이고요.

이처럼 돈은 우리가 숨을 쉴때 무의식적으로 마시는 산소처럼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겁니다.

그럼 돈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우리가 게임기를 살 때 엄마한테 받은 돈을 내는 것과 같이 물건을 살 수 있는 기능이 있지요.

이를 좀 어려운 말로 교환수단이라고 합니다.

또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요.

예컨대 게임기는 기능에 따라서 5만원 짜리도 있고, 10만원 짜리도 있지요.

그 값(돈의 양)은 그 게임기가 얼마나 좋고 나쁜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그리고 우리가 기왕이면 좋은 게임기를 사기 위해서 돈을 모으는 것처럼 가치를 저장하는 역할도 한답니다.

참 여러가지 기능이 있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기능이 많은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요.

누군가 돈을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정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돈을 많이 만들어 사람들한테 돈을 나누어 주면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져 사람들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지요.

예를 들어 볼까요.

10만원만 주면 기능이 좋은 게임기를 살 수 있다고 칩시다.

한데 나라에서 돈을 마구마구 찍어서 사람들에게 나눠 주면 어떻게 될까요.

모두들 그 기능이 좋은 게임기를 사려고 할 테고, 그러다 보면 나중엔 돈이 있어도 게임기가 없어서 못사는 경우도 생길 겁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장난감 가게 아저씨한테 "15만원을 줄 테니까 게임기가 나오면 바로 달라"고 해서 게임기를 사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너도 나도 이렇게 웃돈을 주고 게임기를 사가니까 게임기를 10만원이 아니라 15만원을 주고도 살 수가 없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이렇게 돈의 양이 많아져 예전에 10만원 주고 살 수 있던 물건을 15만원을 주고도 사기 어려워 질때 사람들은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는 물가가 오른 것이지요.

그러니까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은 반드시 맞는 말은 아닌 거예요.

그러면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잘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 일은 누가 할까요.

바로 그런 일을 하는 곳이 한국은행입니다.

한국은행은 돈을 만들고, 그 돈의 양을 조절해 돈의 가치를 잘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돈의 양을 조절하려면 얼마나 많은 양의 돈이 시중에 돌아다니는지 알아야 하겠지요.

그래서 한국은행은 돈의 양을 관리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을 정하는데 그걸 "통화지표"라고 합니다.

즉 통화지표는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려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되고, 돈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기초 자료이기도 하지요.

흔히 돈이라고 하면 1원짜리 동전부터 1만원짜리 지폐까지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어음이나 수표라는 것도 돈에 포함됩니다.

또 은행에 맡겨 놓은 돈들도 현금처럼 필요한 경우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이들도 돈의 범위에 넣기도 하지요.

즉 돈이란 것은 여러 기능이나 성격에 따라서 범위가 바뀌기도 한답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 전문선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dbmkter@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