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이 바닥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3월말과 4월초에 반짝 일었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반도체가격 전망이 계속 빗나가자 전문가들조차 언제 반도체가격이 반등할 지에 대해 자신있는 예측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백28메가D램 반도체가격은 지난해 7,8월 개당 18달러 수준까지 오른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NECX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0달러선이 붕괴되고 올해초 6달러를 거쳐 3월초에는 4.25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바닥권에서 재고를 확보하려는 PC업체들의 수요가 형성되면서 오름세로 돌아서 지난 3월말 5.60달러까지 반등했다.

대만에서 마더보드 생산이 증가하는 조짐도 나타났다.

이때만 해도 반도체가격이 바닥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반도체 수요를 결정하는 PC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물량공급이 증가하면서 반도체가격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의 반도체가격 하락은 실적부진과 자금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반도체가 물량출회를 늘린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0.15㎛급 가공기술이 적용되면서 이들 회사 제품의 수율이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또 2·4분기는 계절적으로 반도체 비수기에 해당돼 반도체 시세가 당분간 회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신과 네트워크시장도 PC시장만큼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이들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인텔이 펜티엄4 CPU가격을 최근 대폭 인하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PC수요가 살아날 것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아직 펜티엄4 가격인하의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가격이 워낙 떨어져 있어 구체적인 바닥수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대우증권 전병서 연구위원)거나 "5월이 돼야 명확한 방향이 나올 것"(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이라고 전망할 뿐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