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은 16세의 나이에 가출,현대그룹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로 적지않은 일화를 낳았다.

정 명예회장의 경영 반세기를 파노라마로 엮어 본다.

◇ 국내 최초 해외 건설시장 진출 (1965) =국내 최초의 해외건설은 태국의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정 명예회장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을 길은 수출뿐이다"라며 해외로 눈을 돌려 1965년 이 공사를 따냈다.

현대는 이 공사에서 큰 손실을 봤으나 당시 경험이 중동 건설 신화의 밑바탕이 됐다.

정주영의 해외진출은 현대의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와 세계화 전략의 토대가 되었다.

◇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건설된 경부고속도로 (1970) =정 명예회장은 6.25 동란 이후 한강인도교 복구공사 등 전후복구공사를 주도하면서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시설이 확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현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박 대통령과 정 명예회장의 의기가 투합한 결과다.

당시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인 전장 4백28km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착공 2백90일만인 1969년 9월 11일 완공됐다.

세계 고속도로 건설사상 최단기간의 건설 기록이다.

◇ 조선소 착공과 동시에 배를 수주한 세계 최대의 현대조선소(1973) =정 명예회장이 현대조선소를 건설하면서 거북선이 새겨진 지폐와 울산 미포만의 백사장 사진만 들고 초대형 유조선을 수주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몇몇 해외기업과 끈질긴 협상 끝에 마침내 영국과 스위스에서 1억 달러의 차관을 받게 됐고 이 과정에서 영국 금융사가 수주실적을 요구하자 거북선이 새겨진 지폐와 울산 미포만의 백사장 사진만 들고 그리스로 날아가 리바노스 회장에게 2백60만t급 유조선 2척을 수주 받았다.

그후 정주영은 2년 3개월 만인 1973년 울산조선소를 완공했고 그 완공식은 당시 수주 받은 배 2척의 명명식과 함께 거행되어 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배를 진수시킨 세계 조선사에 전무후무한 일을 만들었다.

리바노스 회장은 아직도 현대중공업에만 선박을 주문할 정도다.

◇ 20세기 최대의 역사, 사우디 주베일산업항 공사 (1976) =20세기 최대의 대역사로 불리웠던 사우디 주베일산업항.

당시 받은 9억3천만달러의 공사대금은 1976년 당시 환율로 4천6백억원.

이는 그해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에 해당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이 공사를 따낸뒤 공사비를 절감하느라 울산에서 제작한 철구조물을 바지선에 싣고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도박''을 감행하기도 했다.

◇ 올림픽 유치 및 올림픽 성공적 개최 (1988) =지난 1981년 민간기업인으로서는 최초로 정 명예회장에게 올림픽 유치위원장직이 맡겨졌을 때의 국제스포츠계에서는 일본의 나고야가 압도적으로 우세해 한국이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올림픽 유치 위원장을 맡은 정주영은 각국 올림픽 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적극적인 개별 로비와 정성이 담긴 꽃바구니 선물을 통해 한국인의 강인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여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결국 88올림픽 개최지는 서울로 결정돼 세계 스포츠계에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기억에 남아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