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인 S사는 사내 업무절차를 모두 수작업으로 처리한다.

회사안에 있는 컴퓨터는 고작 두 대.

그것도 구형 386급이어서 단순 워드작업에만 사용된다.

받을 어음이나 매입채무, 제품재고 현황 등은 직원이 깨알같은 글씨로 작성해 보고한다.

지방에 있는 공장과의 문서전달, 거래기업과의 자료교환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업정보화지원센터가 1백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정보화수준 평가에서 낙제 수준인 20점을 받았다.

"연 매출 25억원짜리 중소기업이 정보시스템을 도입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 감히 엄두도 못낸다"는게 이 회사 K사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비단 S사만의 사례는 아니라는 점이다.

S사는 국내 제조분야 중소기업의 평균 정보화 수준을 여실히 대변한다.

''홈페이지 보유비율 8.5%'' ''매출액 대비 정보화예산 비중 0.93%'' 등은 바로 국내 중소기업의 현주소다.

물론 대기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통신업체인 H사.

이 회사는 기업 정보화의 핵심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지난해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1백억원을 들여 도입한 시스템은 재무 구매 등 극히 일부 분야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선진 통신업체들이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ERP 시스템을 도입해 재무 구매 관리 회계 등 사내 모든 분야에 적용하면서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업정보화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정보화 지수는 38점(1백점 만점 기준)으로 30대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대기업이 아무리 훌륭한 정보시스템을 도입해봤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쓸모없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삼성SDS 이후연 이사)

물론 중소기업으로선 매출액보다 더 많은 돈을 정보화에 투입할 수도 없는 나름대로의 형편이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정보화에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나서 중소기업이 기본적인 인프라만이라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못지않게 시급한 것이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당장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도입 자체를 꺼리고 설사 도입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활용할지조차 모르는게 국내 중소기업들의 상황"(기업정보화지원센터 유은정 연구원)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도 이를 꾸준히 유지 보수해 나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정보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ASP(응용소프트웨어 제공)를 활성화하자는 것도 한가지 대안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