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사태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지난 6일엔 삼일회계법인이 동아건설 자산실사 결과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청산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파산결정을 내리려던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결정을 한달여동안 유보키로 함으로써 동아건설은 일단 생명을 유지하게 됐다.

그간 분식결산을 해왔다는 ''치부''를 스스로 공개하면서까지 생존투쟁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동아건설은 주요 해외공사를 마무리한 후 사실상 청산의 길을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쟁점=동아건설의 계속기업가치를 얼마로 보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많다면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파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일회계법인이 산출한 계속기업가치는 1조4천7백50억원이다.

이는 청산가치인 1조6천6백93억원에 비해 1천9백43억원이 모자라는 수치다.

지금 청산하는 것이 기업을 존속시키는 것보다 손실규모를 1천9백43억원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대해 동아건설은 계속기업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아건설과 협력업체들은 그간 동아건설이 자산을 부풀리기 위해 분식결산을 해왔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진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분식결산은 매출채권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고 동아측은 주장하고 있다.

자산을 많게 보이게 하거나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회수된 국내외 매출채권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회계를 분식해 왔다는 설명이다.

이러다보니 장부상의 매출채권 회수기일이 늦어져 기업의 미래가치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자산실사를 할 때 기업의 가치는 지난 10년간의 실적을 기준으로 앞으로 10년동안의 실적을 가늠해 보는 방식이 사용된다.

삼일회계법인은 매출채권 회수기일을 국내채권 1백21일,해외채권 2백40일로 잡고 계속기업가치를 산출했다.

그러나 분식결산을 반영할 경우 매출채권 회수기일이 국내 1백10일,해외 1백40일로 줄어든다는 게 동아건설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아지게 된다.

이같은 기준에 의해 산출한 동아건설의 계속기업가치는 1조7천9백33억원으로 청산가치보다 1천2백40억원이 더 높게 나온다.

◆전망=9일 법원이 동아건설 파산여부 결정을 한달정도 연기했지만 건설업계에선 동아건설의 회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건설교통부가 재판부에 신중한 검토를 강력히 요청해온데다 동아건설이 거액의 분식결산을 해왔다는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최종판정이 연기되긴 했지만 회생을 위한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진념 부총리가 9일 "동아건설의 파산이 불가피하더라도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살리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도 동아건설 회생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지금으로선 동아건설이 생존하더라도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 주요 해외부문을 중심으로 한 최소한의 사업규모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달여 후에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그것은 넓게 보면 청산을 위한 수순이며 대부분의 국내 사업부문은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건설업은 특성상 신뢰가 생명인 만큼 법정관리인가가 나도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의 대부분 현장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