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집권기동안 팍스아메리카나의 상징이었던 "강한 달러"시대가 막을 내릴 것인지 여부가 국제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국제외환시장에서는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약한 달러"쪽으로 정책기조를 바꿀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그 여파로 이틀전만해도 달러당 1백20엔선을 위협하던 엔.달러 환율이 1백17엔대로 급락하는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닐 지명자는 17일 열린 청문회에서 "미정부의 강한달러 정책을 지지한다"고 일단 못박았다.

그는 또 미정부의 달러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세간에 무성한 추측이 떠돌고 있지만 자신은 "강한 달러"정책의 지지자임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당분간은 "약한 달러"정책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닐 지명자의 이같은 발언으로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는 달러당 1백17.83엔으로 전날보다 소폭 오름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부시경제팀의 성향 때문이다.

달러가치가 높으면 미국제품의 수출가격은 비싸지고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제품의 값은 싸지는 효과가 있어 미기업들에는 마이너스다.

요즘처럼 경기가 나쁠때는 기업들의 이런 "환율 통증"이 더 심해진다.

불과 한달전까지도 알루미늄업체(알코아)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오닐은 이 통증을 생생히 체험했다.

차기 부통령인 딕 체니도 석유회사인 핼리버톤 경영자 출신이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인 앤드류 카드는 지난 98년 자동차업계의 로비단체였던 전미자동차제조업체 연합(AAMA)회장 시절,엔.달러 환율이 1백47엔까지 치솟자(달러강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달러가치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다.

그러나 부시경제팀이 쉽게 "강한달러"정책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외환거래 자문업체인 포린 익스체인지 애널리틱스의 데이비드 길모어는 "부시행정부에서 거시경제책임자는 오닐이 아니라 린지 백악관수석경제보좌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린지의 최우선 관심사는 강한 달러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시장 이탈을 막는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나 경기가 둔화되고 금리도 하향추세인 요즘에 강한 달러라도 밑받침돼 주지 않으면 외국자금의 "미국 엑소더스"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대외교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따라서 약한 달러정책을 통한 수출경쟁력 제고가 미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란 얘기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