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있는 중소기업청의 C국장.

그는 잦을 때는 한주일에 세번씩이나 서울에 올라가야 한다.

잇단 회의에다 대면(對面) 정책협의 때문이다.

C국장이 찾는 곳은 국회를 비롯 총리실 산업자원부에다 기획예산처와 법제처까지 다양하다.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털협회 등 민간부문도 적지 않다.

C 국장은 "전화를 하고 팩스로 자료를 보내고 최근에는 e메일까지 이용해 사전 준비를 하지만 이런저런 회의와 협의는 계속된다"며 "교통이 막히면 점심만 먹어도 하루 일과가 끝나버리지만 그래도 서울과 대전을 오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호 중기청장 역시 각종 경제 관련장관회의에 참석하느라 서울과 대전 사이의 길에 버리는 시간이 많다.

얼굴을 맞대야만 이뤄지는 회의 관습은 장.차관이나 간부들만의 문화는 아니다.

장.차관들이 수시로 위원회와 회의에 드나드는 것만큼이나 이 부처 저 부처 실무자들은 지방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 공기업 임직원들을 번갈아 불러댄다.

"제발 부를 때는 한번만 더 생각하고 불러 달라"

"무턱대고 불러놓고 보는 회의는 지양하고 실효성 있게 회의를 운영하자"

지난해 9월말 개설된 ''공직사회 일하는 방식 개선 신문고''(www.mpb.go.kr)에 잇달아 올라오는 실무자들의 불만이다.

전자정부를 표방하면서 대부분의 부처가 갖춰 놓은 내부 전자결재 시스템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실무자들이 전자결재를 올리면 대부분 그 내용을 출력해서 가져오라고 한다. 그리고 출력된 인쇄물을 가지고 펜으로 수정해 준다.
그러면 작성자는 전자결재로 들어가 문서를 수정, 다시 올린다. 종이로 작성해 올리는 것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작업이 번거로워진다"

모 부처 실무자급 공무원이 근래 인터넷 신문고에 올려 놓은 내용이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효율적인 국무회의를 위해 지난 96년 6월 구축된 정부과천청사와 세종로청사를 연결하는 화상회의 시스템도 지금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정보통신부가 첨단 기능을 자랑했던 이 시스템에는 당시 2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과천(정부 제2청사)에서 세종로(제1청사, 청와대)까지 길이 막혀 시간 낭비에 연료 낭비"라고 탄식하는 장관들 스스로가 외면한 결과다.

회의 문화만큼이나 오랜 관행이 된 보고서 문화도 효율적인 행정시스템에 걸림돌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