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금융기관이 활개를 치는 것은 금융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은행의 낮은 금리에 대한 고객들의 실망 때문이다.

제도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7~8%로 떨어진 상황에서 월 최고 30%를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은 일반인들에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일 수밖에 없다.

그런 토양에서 유사금융기관이 그룹화하고 있다.

이는 지난 99년말 1만여명의 투자자들에게 1천1백여억원(6천4백93건)의 피해를 입혔던 부산 ''삼부 파이낸스''의 악몽을 재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 그룹형 대조직 =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조사팀의 조성목 팀장은 "최근 유사 금융업체의 활동을 보면 그룹화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에이스그룹의 경우 창업투자, 식료품, 제조, 교역, 엔터테인먼트, 전자통신 등 산하에 8개 계열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중 CNK어소시에이트가 작년 12월 등록취소되는 등 상당수가 사업실적이 미미하다.

서울지방검찰청 이종근 검사는 그룹화 경향의 이유를 두가지로 보고 있다.

△규모가 크면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쉬운 데다 △검.경찰의 수사시 계열사를 통해 범죄사실을 은폐하기도 수월하다는 것이다.

에이스월드교역은 현재 수천명 이상의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해외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정부와 인터넷회사 설립 및 합작경영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또 중국 현지 투자자를 모집, 베이징에 파파이스 체인점을 여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금융당국 적발에는 코방귀 =이들 업체는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엄연한 불법 업체다.

사고시 투자자 보호장치가 없다는 얘기다.

현행 ''유사 수신행위에 관한 법률''(2조)은 금융관련 법령에 의한 인.허가를 받거나 정부에 등록.신고를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유사 수신행위로 규정, 이를 금지하고 있다.

위험성이 있는 데도 이들 유사 금융업체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일정기간 실제로 고수익 배당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유사 금융업체들은 신규 투자자를 유치, 이전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배당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업은 결국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또 횡령 등에 대한 금융감독이 전혀 안되기 때문에 금융 비리가 상존, 일정 시점에서 대규모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체제다.

◆ 신종 유사금융업체도 활개 =기존 유사 금융업체들이 단순히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금을 모집했던데 비해 최근에는 상품 판매와 부동산 투자, 벤처 투자 등 그럴듯한 외장을 꾸미고 있다.

H글로벌은 전국 20여개 지점을 통해 월 12%의 배당금 지급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형뽑기 기계 등 자동판매기를 판매 및 위탁관리하는 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금감원 검사결과 자동판매기기 거래와는 아무 상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H유통과 O사 등도 주로 지방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인형뽑기 기계에 투자할 경우 월 30%의 확정배당금을 주겠다고 유혹하고 있다.

이외에 C사는 휴양시설 건립사업, S종합레저타운은 대규모 종합레저타운 건설사업에 대한 투자 명목으로 40~50대 명퇴자와 실업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