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미국증시에 기업정보의 ''공정공개(FD)''규칙이 도입됨에 따라 밥줄을 걱정하는 증권분석가(애널리스트)들이 늘고 있다.

FD 규칙은 기업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정보를 증권분석가에 넘겨줄 경우 반드시 보도자료와 인터넷공시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도 똑같은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

기업이 특정인에게 정보를 미리 유출할 경우 24시간내 일반에 공개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벌금이나 민사상 처벌을 받게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4일 이 규칙이 상장기업과 증권분석가들의 정보 뒷거래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애널리스트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고 보도했다.

상장기업들이 실적 공개를 하기 전에 애널리스트들에게 미리 정보를 넘겨주는 것은 월가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기업은 실적발표가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증권분석가들을 완충제로 사용하고 애널리스트들은 고급 정보를 미리 입수해 기업분석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애널리스트들이 미리 기업실적 전망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과 이들의 매수·매도주문이 기업주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이같은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실적이 시장에 반영된 후 정보를 입수하는 일반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가 다 먹고 난 밥상에 뒤늦게 뛰어들어 불공정한 게임을 한다는 비난이 강했다.

저널지는 FD 규칙이 시행된 첫날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체감한 변화는 대단했다고 전했다.

기업분석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벌지 못하게 된 애널리스트들은 "내 분석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페인웨버의 리처드 슈네이더)""실수에 대한 위험부담이 커졌다(모건스탠리딘위터의 매튜 벌러)"고 입을 모은다.

일반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들만큼 빨리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돼 "이제는 시장에서 애널리스트가 없어도 된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며 밥줄을 걱정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이들은 FD 규칙이 고급 정보를 공정하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하향 평준화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애널리스트를 정보창구로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기업들이 고급 정보를 굳이 공개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애널리스트들이 더 이상 기업실적 공개에 따른 시장충격을 예전만큼 완화할 수 없게 됨으로써 주가 변동폭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