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섬업체들이 섬유 원사와 직물 봉제 의류 등 섬유 제품 전반에 걸쳐 중국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최신 시설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은 ''고품질과 저가''라는 양날의 칼을 휘두르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20일 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섬유업체들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견·면직물의 경우 지난 94년의 25.2%에서 96년 23.2%, 97년 13.5%, 99년 13.4%로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중국산 견·면직물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94년의 17.7%에서 96년 26.5%, 97년 40.2%,지난해에는 34%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일본 수입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폴리에스터 등 화학섬유의 경우 한국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94년 41.2%에서 96년엔 34.7%, 97년엔 30.2%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28.6%로 추락했다.

그러나 중국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94년 29.7%에서 96년 25.1%, 97년 31.6%, 98년 32.9%,지난해 34.5%로 역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폴리에스터 등 화학섬유의 공급과잉 현상으로 어려운 마당에 강력한 라이벌까지 등장,갈수록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국의 저가제품 공세에 우리의 고품질 제품을 내세워 맞설 수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5년새 중국이 최신 설비를 속속 도입하면서 중국산 섬유 품질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화섬협회 관계자도 "지난 98년까지는 중국산 원사를 직물기계에 걸면 뚝뚝 끊어질 정도로 품질이 불량했으나 최근에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대로 가다간 가격과 품질 경쟁력 면에서 중국산 제품에 완전히 잠식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로 업계는 최근 유가 인상에 따른 섬유 원료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 단가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수출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